[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철학박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참교육' 이란 말뜻의 변천사는 흥미롭다. 이 단어를 만든 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다. 1989년 전교조가 출범하며 내건 교육 이념이자 창립 취지였다. 당시에는 교사들의 노조 활동은 불법이었으므로 그 결성을 위해선 국민적 공감을 얻을 교육적 명분이 필요했다.
참교육은 진짜를 뜻하는 우리말 '참'에 한자어 '교육'이 합쳐진 말이다.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무한 경쟁을 반대하고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인간화'를 지향하는 것이 참된 교육이라는 개념이다. '참교육'은 군사정권 시절의 주입식 교육, 촌지와 서열화가 만연한 교실을 인간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체벌 금지와 민주적 학교 문화 조성도 지향시켰다. 2010년대를 지나면서 이 말은 누군가에게 응징을 가한 뒤 조롱 섞인 승리감을 표현하는 냉소의 코드로 굳어졌다. 단어는 살아남았지만 의미는 변질했다. 지금은 교권 침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교사 상해·폭행 건수가 전국적으로 꾸준히 늘어나며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학교는 미성숙한 인간의 존엄성과 인성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때문에 이곳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선생에게 감사하는 인성교육을 시키고 참된 교육이 실행돼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고, 학생들이 집단으로 특정 학생을 괴롭혀도 일부 교사들은 손쓸 엄두를 못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도 학생에 대한 지나친 옹호, 개성 표현 관련 권리를 과하게 심어주며 교권과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학생인권조례는 추락한 교권이 회복되는 방향으로 바로 잡야가야 한다. 교권이 추락하면 실천적 인성교육은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 학생들은 스스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 풍조에서 성장 중이다. 한 고교에서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고3 학생이 제지하는 교사를 폭행한 사실도 있다. 피해 교사는 병원 치료를 받고 큰 충격에 빠진 적도 있다.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교권이 망가지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에 등장한 사연들은 ‘참교육’이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다. ‘무너져 가는 교권과 학교 질서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이다.
참교육은 학교폭력과 무너진 교권 침해를 방치하면 더 큰 폭력이 생성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왕따를 당하는 피해 학생과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강조하면서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을 바라는 바이다. 교육 현실의 단면들을 정글로 변한 학교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느 때보다 뜨거운 공론의 장으로 변모한 교육 공간이 왜 점점 더 위험해지고 전쟁터로 추락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참교육’이라는 단어는 이미 입시 지옥이 돼버린 현실에서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됐다. 의대 입학하는 학생은 참교육을 받았다고 하고, 입시에 실패한 학생은 여전히 인생의 낙오자로 무시당한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현 교권 상황에서 교사에 대한 신변보호와 학생 인권이 서로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무도 피해 학생의 편에 서지 않았던 만큼 약자들의 편에도 서야 한다. 보이지 않는 힘에 눌렸던 거대한 세력에 대항하고, 교사를 폭행하는 학생, 약한 학생을 괴롭히는 악질 무리, 교사에게 갑질하는 학부모들을 방지해야 교권을 보호 할 수 있다.
참교육은 교사가 존중받고, 학부모가 안심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식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2023년 이후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방안’, 교권 5법 개정 등을 추진했고, 올해에도 학교 민원 대응과 교육활동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교사와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도움이 되는 현실적 기능은 턱없이 모자라다.
학교폭력, 교사 폭행, 학부모 악성 민원, 교사 폭언·협박, 각종 사건·사고 등을 올바르게 처리 할 대안이 절실하다. 수업 방해가 반복되면 교사는 제대로 지도하기 어렵고, 결국 피해는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
‘참교육’은 학생들에게 ‘옐로 카드’를 꺼내들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적성에 맞는 진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최소한 교사가 학생을 무서워하는 학교는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교육은 언제부터인가 정치의 장으로 전락했다. 교육부 장관은 교육적 판단보다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가 됐다.
교육정책은 효과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설계되고 번복되고 있다. 이번 6·3 교육감 선거에서도 교권 회복, 기초학력 강화 같은 핵심 교육 의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후보들은 정치색을 드러내며 공약 경쟁으로 몰려갔다. 그사이 미래세대가 유년과 청소년기를 보내는 공교육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법의 부재가 아니라, 그것을 작동시키는 시스템과 의지의 결핍이다. 참교육을 참으로 걱정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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