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철 박사(중국 전문가)
중국 3대 의료기기 전시회···한국 기업 특별 참가
중국 제품 경쟁력 날로 향상, 수출 증가
수입에도 관심, 한국 제품들 틈새 공략 가능성
필자는 지난 주 저장성 항저우에서 열린 의료기기 전시회를 다녀왔다. 항저우 의료기기 전시회는 중국 3대 의료기기 전시회 중의 하나로 전시 면적은 8만 ㎡이며 매년 1천여 기업, 7만여 명 관람객이 참여한다. 저장성 정부는 중국에서 아직 제품 인가를 받지 않은 한국 의료 기기, 미용 기기, 의료용 AI 제품, 주요 부품 기업을 대상으로 참가를 권유하였고 전시회 참가 비용을 면제해 주었다.
필자는 의료기기에 문외한이지만 저장성 정부의 요청에 따라, 그리고 작년 저장성 정부가 보여준 호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국의료기기협회에 이 전시회를 소개하고 참가 협조도 부탁드렸다. 갑작스러운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해준 한국의료기기협회에 감사드린다. 결과적으로 7개 기업이 참여하였다.
전시회에서 가장 먼저 받은 인상은 규모이다. 3개의 대형 전시관을 가득 메운 중국의 의료기기 기업들을 보며 역시 시장 규모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CT 등의 대형 기기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며 이런 중대형 장비 시장에서는 중국의 가성비가 두드러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가 중국 땅에 살기 시작했던 지난 세기에는 중국은 CT를 만들 기술이 없었다. 그래서 중국 측은 주로 희토류 성분이 많은 CT용 마그네틱을 부품으로 판매하려 노력했었다. 이제 시간이 감에 따라 다운스트림으로 공급망이 확대되었고, 앞으로 희토류의 제한이 엄격해 질수록 중국산 장비의 경쟁력은 올라갈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제 중국 정부의 정책이 수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을 늘리는 노력도 진지하게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매년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는 중국의 수입 박람회다. 대미 무역 흑자로 대표되는 중국의 일방적인 외화 획득에 대한 세계의 반감이 늘어나자 중국도 수입을 확대하려 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 입장에서 수입할 만한 물건이 없다는 것이고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매우 큰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제품의 중국 진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우리 기업들의 제품을 사례로 짚어 보겠다. 우선 윈메디텍의 내시경 제품을 보면 LED 부착형 전자 내시경이 코어이다. 고해상도, 고신뢰도 제품인데 필자와 같은 문외한의 눈에는 그냥 전자 제품으로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현지 의료진들은 관심을 보였다. 그것도 진지하게. 그것은 대응하는 중국 제품의 무엇인가가 의료진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구체적 원인은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이 될 수 있으니 중국 고객들이 쉽사리 떠들지는 않는다. 기존 중국 제품의 문제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윈메디텍 제품이 그 장벽을 넘어서기를 바란다.
K뷰티 관련 제품을 선보인 비욘드 월드.[이미지=비욘드 월드]
비욘드 월드의 미용 제품은 역시 꽤나 관심을 끌었다. K-뷰티가 명성이 높으니 K-뷰티에 사용되는 필러 등의 제품에 당연히 관심이 큰 것이다. 미용에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그냥 먼발치에서 구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에이트마진은 회전형 X 레이 장비를 선보였다. 에이트마진은 기본 부스 하나에 단 한 사람이 앉아 있는 매우 단출한 모습이었다. 실 제품도 전시하지 않았으며 포스터만 붙여 놓은, 어찌 보면 초라한 모습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매우 유효한 참가 방식이었다. 회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제품은 이미 그 어렵다는 중국의 의료기기 인증을 통과하였고 구매 병원이 두 곳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회에서 정말 니즈가 있는 고객 하나만 만나도 성공이라고 했다. 얼마나 관심이 있던가 물었더니 이미 여러 병원 사람들이 다녀갔단다. 한 의사는 현장에서 상사에게 전화를 하여 설명을 했고 뒤이어 상사가 현장에 나오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실로 적극적인 반응이 아닐 수 없다.
두 발의 근육 피로를 풀어주는 동보의 안마기 제품들.[사진=동보]
동보의 안마기는 전문적으로 두 발의 근육 피로를 풀어주는 제품이다. 현장에 샘플을 가지고 와서 관람객들에게 체험을 해 보도록 하고 있었는데 한 아주머니는 너무 마음에 든다며 샘플 제품을 사가겠다고 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상 가격의 1/3 가격으로 달라고 떼를 썼던 것. 우리 상식으로는 어이없는 일이지만 중국식 관점에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주장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전시회나 PT에서 중국 쪽의 칭찬을 받는 제품은 성공한 사례가 없다. 중국 쪽 상대가 제품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고, 가격이 너무 높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편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았다. 필자는 커다란 목소리로 떼를 쓰는 중국 아주머니를 보며 동보의 안마기 제품이 중국에 팔릴 가능성이 크구나 하고 혼자 생각했다.
불스아이는 레이더 기술을 활용한 독특한 제품군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런 제품을 보고 있으면 우리 중소기업들의 마케팅 능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테크 비즈니스에 있어서 국내에서 영업하듯 영업해서는 큰 성과를 보기 어렵다. 판매 영업하듯이 할 수도 없고, 국내 마케팅 하듯이 할 수도 없다.
분야는 소위 사업 개발(Business Development, 약칭 BD) 영역이며 테크 분야에서는 가장 직위가 높은 직군에 속한다. 그만큼 난이도가 높고, 연봉도 세며, 보통은 글로벌 테크 자이언트에서 일하던 전문직들이 수행한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에서 그런 비싼 인재를 채용할 수는 없다. 바로 이 격차가 어떤 의미로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제대로 개척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스아이의 부스 앞에는 사람들이 많아 필자는 가까이 갈 기회가 없었다. 틀림없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리라.
레이더 기술을 활용한 독특한 제품군으로 전시에서 주목을 받은 불스아이의 제품들.[사진=불스아이 홈페이지]
예상대로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것은 ACTS였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할 때 필요로 하는 각종 인증 등을 도와주는 기업이다. 줄곧 중국 기업들의 상담이 이어지더니 저장성 과학기술 협력센터 소장님이 찾아와 이후 협력하자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필자가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돌아서 보니 어느새 필자가 고문으로 있는 회사 경영자와의 미팅을 약속한 것을 발견하였다. 엄청난 돌파력이다. 그 돌파력은 우리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중국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반대 방향의 돌파력은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ACTS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할 때 필요로 하는 각종 인증 등을 도와주는 기업이다.[사진=
아무튼 필자에게는 조그마한 기쁨도 있었다. 우리 기업을 도와주고 있던 통역사 분이 필자를 알아본 것이다. 중국의 유튜브인 bilibili에 필자가 출연한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며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럴 수가! 필자는 중국에서도 유명한(?) 사람이었던가? 길거리에서는 아무도 몰라보는데? 알고 보니 중국에서는 적어도 조회수가 억 단위, 천만 단위는 되어야 유명한 축에 낀다고 한다. 필자 영상의 조회수는 그 1%도 안되니… 그래도 알아보아 주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우리 기업들이 이런 전시회에서 마주치고 홍보하는 효과는 관련 시장의 1%도 안되는 정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단 한 사람의 고객, 단 하나의 기업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곧 중국 전체 시장을 사로잡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중국 전문가 이철 박사.[사진=대덕넷 DB]
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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