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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정부가 청소년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법으로 막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그 효과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상심리학자 모니카 네프 린드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디벨롭멘탈 사이콜로지(Frontiers in Developmental Psychology)’ 최신호에 청소년 SNS 금지법의 실효성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규제 흐름은 가파르다. 지난해 12월 호주가 16세 미만의 SNS 계정 개설을 전면 금지한 이후 프랑스·영국·캐나다·스페인 등이 유사 입법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5세 미만 SNS 금지는 과학자들이 권장하는 조치”라고 발언했고, 미국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한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SNS를 한 달 이상 끊으면 청소년 정신건강이 개선된다는 연구가 있다”고 주장하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연구팀이 SNS 사용 제한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기존 실험 데이터를 전수 검토한 결과는 달랐다. 16세 미만 청소년을 직접 대상으로 한 실험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금지법의 실제 당사자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를 검증한 데이터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성인 대상 연구도 정치권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았다. 성인 실험에서도 SNS 사용 제한의 효과는 대부분 미미하거나 없었으며, 전체 실험의 약 40%에서는 SNS를 중단한 이후 삶의 만족도 하락과 고독감 증가 등 부정적 결과가 나타나거나 아무런 변화도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섣부른 전면 금지가 예기치 못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령 확인 과정에서의 신원 정보 수집은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고, 셀프카메라 기반 나이 판별 기술은 어린 얼굴이나 유색인종에서 오류율이 높아 소수자 차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학교와 청소년 단체 상당수가 SNS를 주요 공지 채널로 쓰고 있어, 금지 조치가 오히려 정보 접근을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규제 우회 문제도 지적됐다. 청소년이 나이를 속여 성인 계정을 개설하면 기존 청소년 계정에 적용되던 유해 콘텐츠 차단이나 보호자 관리 기능을 전혀 적용받지 못한 채 오히려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다. 호주에서는 금지법 시행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16세 미만 소유 계정의 약 70%가 여전히 활성 상태인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연구팀은 무작정 규제를 도입하는 대신 특정 지역에 한해 시행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대조군을 설정하고, 청소년 본인과 보호자의 보고 데이터, 객관적 행동 데이터를 함께 수집해 정책 효과를 실증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린드 박사는 “빅테크가 ‘빠르게 움직이고 파괴하라’는 식의 태도로 비판받아 왔는데, 지금 정책 입안자들도 성급한 금지법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며 “SNS를 단순히 차단하는 것만으로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디지털 환경 자체를 더 안전하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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