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작품의 얼굴은 주연이 만들지만, 작품의 온도는 조연이 바꾼다.
주인공이 서사의 중심을 잡는 사이, 조연들은 장면의 결을 흔들고 긴장감을 보태며 이야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영화 ‘호프’의 음문석, SBS ‘김부장’의 서수민, tvN ‘오싹한 연애’의 김도완이 그렇다.
음문석은 영화 ‘호프’에서 목수 양배 역을 맡아 파격적인 얼굴을 보여준다.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마을 청년들에게 호랑이 출현 소식을 듣고, 마을 전체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믿기 힘든 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 안에서 양배는 마을에 벌어진 거대한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물이다.
음문석의 양배는 등장 자체로 영화의 공기를 바꾼다.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과 강렬한 비주얼은 관객에게 낯선 긴장감을 준다. 주연 배우들이 작품의 중심을 끌고 간다면, 음문석은 주변부에서 사건을 비틀며 장르적 불안을 키운다. 감초처럼 웃음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후반부 긴장감까지 떠받치는 신스틸러 역할을 해낸다.
특히 ‘호프’처럼 기묘한 분위기와 미스터리한 사건이 맞물린 작품에서는 조연의 한 장면이 전체 인상을 좌우할 수 있다. 익숙한 얼굴이 낯선 방식으로 움직이는 순간, 관객은 작품의 세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체감한다. 음문석의 변신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양배를 통해 영화의 이상한 기운을 몸으로 보여준다.
서수민은 ‘김부장’에서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남긴다. 그는 김부장 역 소지섭의 딸 김민지로 등장해 극 초반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부장’은 딸의 실종을 계기로 평범한 가장의 일상이 무너지는 액션 드라마다. 이 작품에서 민지는 단순히 주인공이 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김부장이 왜 움직여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감정의 출발점이다.
첫 드라마에 도전한 서수민은 아버지에게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사춘기 딸의 얼굴과, 그 이면에 자리한 애틋함을 함께 보여줬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모습,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흔들리는 여고생의 얼굴까지 짧은 등장 안에 여러 감정을 담아냈다. 신예다운 신선함이 캐릭터의 현실감을 살렸다.
‘김부장’의 액션이 힘을 얻으려면 김부장의 분노가 먼저 이해돼야 한다. 서수민이 연기한 민지는 바로 그 감정의 근거다. 딸을 향한 애틋함이 살아야 이후의 추격과 반격도 설득된다. 조연이지만 서사의 심장 가까이에 있는 인물인 셈이다. 서수민은 첫 작품에서 그 무게를 과하게 힘주지 않고 받아냈다.
김도완은 ‘오싹한 연애’에서 빌런으로 결을 바꾼다. 그는 프로골퍼 박승재 역을 맡았다. 박승재는 천하리의 약혼자이자 대한민국 권력 카르텔 정점에 선 집안의 외아들로, 과거 법적 갈등을 겪었던 검사 마강욱에게 복수심을 품은 인물이다. 천하리와 함께 천여리, 마강욱과 대립하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오싹한 연애’는 귀신을 보는 재벌 상속녀 천여리와 귀신을 두려워하는 검사 마강욱의 오컬트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스와 코미디, 오컬트가 함께 움직이는 작품에서 빌런의 존재는 중요하다. 긴장감이 약하면 로맨스만 남고, 악역이 과하면 장르의 톤이 흔들릴 수 있다. 김도완은 그 사이에서 갈등의 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세 배우의 활약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빛난다. 음문석은 영화의 분위기를 흔드는 변칙적 존재감으로, 서수민은 주인공의 감정을 움직이는 신예의 얼굴로, 김도완은 로맨스 안에 긴장감을 심는 빌런으로 기능한다. 같은 조연이라도 작품 안에서 맡은 역할은 전혀 다르다.
조연은 주연보다 적게 등장하지만, 때로는 더 오래 남는다. 음문석의 기괴한 양배, 서수민의 흔들리는 민지, 김도완의 서늘한 박승재는 각 작품이 가진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들의 활약은 작품의 완성도를 채우는 동시에, 다음 작품에서 이 배우들을 다시 기대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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