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은퇴 후 월급은 끊겼는데 건강보험료는 오히려 늘었다는 은퇴자가 적지 않다.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순간 아파트·예금·임대소득까지 보험료 산정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은퇴자 사이에서는 "연금보다 건보료가 더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직장에 다닐 때는 회사가 건강보험료 절반을 부담한다. 하지만 퇴직 후 지역가입자가 되면 보험료를 전액 본인이 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직장가입자 시절에는 급여 중심으로 보험료가 부과됐지만, 지역가입자는 부동산·금융소득·사업소득까지 함께 반영된다.
은퇴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60대 A씨는 아파트 1채와 금융소득 때문에 월 건강보험료가 20만원대에서 40만원 수준으로 뛰었다. 하지만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활용하면서 보험료 부담을 다시 낮출 수 있었다.
현재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소득보험료와 재산보험료를 합산해 산정한다. 소득보험료는 소득월액에 보험료율 7.19%(2026년 기준)를 곱해 계산한다. 재산보험료는 부동산 과세표준에서 1억원을 공제한 뒤 등급별 점수를 적용하는 구조다.
특히 은퇴자와 임대소득 보유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직장가입자 때는 크게 체감하지 못했던 보유 부동산이 퇴직 이후 보험료 산정에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료 역시 구조를 이해해야 줄일 수 있는 '세금성 고정비'라고 설명한다. 실제 제도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월 수십만원 차이가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절감 방법은 직장가입자 자격 유지다.
재취업을 하거나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장을 운영하면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직장가입자는 보험료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고, 지역가입자와 달리 재산이 보험료 산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금융소득과 임대소득이 많다면 주의해야 한다. 직장가입자라도 보수 외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별도 소득월액보험료가 부과된다.
피부양자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배우자나 자녀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보험료를 내지 않고 건강보험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재산 기준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연간 소득은 2000만원 이하여야 하고 재산세 과세표준 역시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주택임대소득이 있으면 사업자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피부양자 자격 유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은퇴 직후라면 '임의계속가입' 제도도 주목할 만하다.
임의계속가입은 퇴직 전 직장가입자 보험료 수준을 최대 3년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다.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며 보험료가 급등한 경우 절감 효과가 크다.
신청 대상은 퇴직 전 18개월 동안 직장가입자 자격을 1년 이상 유지한 사람이다. 중요한 건 신청 시기다. 최초 지역보험료 고지서 납부기한에서 2개월이 지나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험료 조정 신청 제도도 활용 가능하다.
지역가입자 보험료는 전년도 소득과 재산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실제 소득이 줄어도 보험료 반영까지 시차가 발생한다. 하지만 소득 감소나 부동산 처분 사실을 증빙하면 보험료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금융상품 선택 역시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준다.
IRP(개인형퇴직연금)·연금저축 등 사적연금소득은 현재 건강보험료 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종합저축, 비과세저축보험 등도 금융소득 관리 수단으로 활용된다.
특히 금융소득 기준선 관리는 중요하다.
지역가입자는 금융소득이 연 1000만원을 넘는 순간 전체 금융소득이 건강보험료 산정 대상이 된다. 999만원이면 반영되지 않지만 1001만원이면 전체 금액이 반영되는 구조다. 피부양자 자격 역시 연소득 2000만원 기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결국 건강보험료는 단순 의료비 개념이 아니라 사실상 노후 현금흐름을 좌우하는 고정비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은퇴 설계를 할 때 연금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구조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퇴직 전부터 금융소득과 부동산 보유 전략, 연금 수령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실제 손에 쥐는 생활비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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