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 조정 협상이 결국 아무런 결실 없이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최대 쟁점인 성과급 산정 기준을 놓고 끝내 평행선을 달린 건데요.
반도체 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취재기자와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고진경 기자, 어서오세요.
【 기자 】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간밤까지 이어진 마라톤협상에도 결국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네요.
【 기자 】
삼성전자 노사는 어제(12일) 오전 10시부터 오늘 새벽 3시까지, 17시간이 넘는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최종 결렬'이었습니다.
▶ 인터뷰 : 최승호 /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 "사후 조정은 최종 결렬됐습니다. 조정안은 저희가 요구했던 것보다 조금 퇴보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이틀을 거의 밤을 새면서 기다렸습니다.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이었는데요.
노조 측은 현재 연봉의 최대 50%로 묶여 있는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는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측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존의 초과이익성과급, OPI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막판까지 중재안을 내놓으며 설득에 나섰지만, 성과급을 둘러싼 양측의 간극은 끝내 메워지지 않았습니다.
노조는 협상 결렬로 본격적인 단체 행동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당장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만 4만1천 명에 달하는데요.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파업으로, 반도체 생산 라인 가동 차질에 대한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실제 총파업이 벌어질 경우 예상되는 피해액만 40조 원을 넘는데요.
반도체 초호황기에 고객이 이탈하고 공급망이 훼손되는 등의 중장기적인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 인터뷰(☎) : 서지용 /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 "반도체 같은 경우는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하는데 파업이 흐름을 끊게 되면 단기간의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고요. 이미 삼성전자가 빅테크 고객과 대규모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납기 차질이 생기면 고객이 다른 공급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앵커멘트 】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아 성장가도를 달리던 삼성전자에 대형 악재가 발생했네요.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일이 불과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정부의 추가로 개입할 여지는 없는 겁니까?
【 기자 】
일각에서는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긴급조정권은 쟁의 행위가 국민의 일상 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입니다.
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노위 조정과 중재 절차가 진행됩니다.
과거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네 차례뿐으로, 만약 삼성전자 파업에 긴급조정이 실제로 발동된다면 21년 만입니다.
다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도 긴급조정권 발동 주장과 관련해 "노사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는데요.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후 조정이 종료되긴 했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게끔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사 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관계 부처에 당부했고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삼성전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기업"이라며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앵커멘트 】
삼성전자도 정부의 사후조정 절차가 중단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는 동시에 대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죠.
한편에서는 격화하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갈등이 SK하이닉스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 기자 】
네, 사실상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의 시초는 SK하이닉스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지난해 호실적에 힘입어 억대 성과급을 수령했는데요.
올해는 실적이 더 올라가는 직원 1인당 평균 6억 원, 많게는 13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상한선을 없애면서 삼성전자 노조도 같은 기준을 요구하게 된 건데요.
삼성전자가 더 높은 비율의 성과급을 받게 되면 SK하이닉스도 추가 성과급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사적인 호황기를 맞은 가운데, 어떤 기준으로 성과를 배분할지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역대급 실적이 역설적이게도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된 셈이네요.
정치권에서는 '국민배당금'이라는 새로운 화두까지 나오고 있다고요?
【 기자 】
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의 SNS에 "AI 시대의 메모리·인프라 수요가 장기 구조 변화라면, 한국은 처음으로 지속적 초과이윤을 생산하는 국가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썼습니다.
이어 "인공지능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돈을 어떻게 쓸지는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적었습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라며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분기에만 각각 57조 원, 38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는데요.
이 막대한 영업이익이 보상과 재투자, 주주 환원 중 어디에 쓰일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김 실장이 국민배당금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겁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거센 비판이 일었습니다.
기업의 초과 이윤을 환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반시장적인 인식이 아니냐는 겁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내가 노력해서 번 돈을 정부가 가져가 나눠준다면 그게 바로 공산주의 배급 경제"라고 꼬집었습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청와대는 김 실장의 발언이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은 "김용범 실장이 한 말은 'AI 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세수를 국민배당하는 방안 검토'"라고 해명했는데요.
이어서 "일부 언론이 이 발언을 편집해 '김 실장이 기업의 초과이윤을 국민배당하는 방안 검토를 주장했다'는 음해성 가짜뉴스를 유포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앵커멘트 】
반도체 기업들에서 시작된 성과급 갈등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입니다.
이미 카카오와 LG유플러스에서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성과급을 '특별 보너스'로 보는 시각이 강했는데요.
최근에는 '정당한 이익 배분'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성과급 요구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카카오 노사는 올해 성과급 임금협약 교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노조가 오는 20일 단체행동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실제 파업이 실시된다면 카카오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이 되는데요.
카카오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 중 역시 성과급을 포함한 보상 체계입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성과급 갈등이 플랫폼 기업으로 옮겨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LG유플러스에서도 성과급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산업계 전반에 보상 요구가 퍼지면서 노사 관계가 악화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됩니다.
【 앵커멘트 】
이렇게 성과급 갈등이 심화하면 향후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보상 비용이 급격히 늘면 그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텐데요.
【 기자 】
재계와 학계에서는 성과급 규모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의 미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은 차세대 공정 전환과 시설 투자에 매년 수십 조 원의 현금이 투입돼야 하는데요.
과도한 성과급 지급으로 사내 유보금이 줄어들면, 글로벌 경쟁사와의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핵심 인력 한 명의 가치를 숫자로 매길 수 없는 AI 시대에, 인재에 대한 보상을 아끼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경쟁력 손실이라는 주장인데요.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보상을 앞세워 국내 인재를 흡수하고 있거든요.
성과급 갈등을 잘 봉합하지 못할 경우 인적 자본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큰 숙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고 기자, 잘 들었습니다.
[ 고진경 기자 / jkkoh@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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