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커 최나리 기자] 밤볼은 소리와 이미지를 연구하는 AI 스타트업이다. 인지기능, 특히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심혈관·호흡기 질환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세 질환에 투입되는 국가 의료비는 우리나라 기준 약 30조 원에 이르며 GDP의 1퍼센트를 넘는다. 조기 선별 검사와 초기 개입이 이뤄지면 비용을 25~40퍼센트 줄일 수 있다는 통계도 있다.
밤볼은 비용 절감보다 환자와 가족의 삶을 먼저 본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스스로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웰니스형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이유다. 김광훈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창업 계기
어머니도 치매를 앓고 계신다. 다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복합적이다. 예전에 대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했고, 이후 실버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개발자들과 가까이 지냈다. 기술은 뛰어나지만 사회 문제와 연결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많이 봤다.
치매와 노인성 질환 문제를 보면서 그냥 두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며 겪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컸다. 이 두 가지가 겹치면서 조금이라도 일찍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글로벌 특허를 출원하면서 신규성과 산업 활용성 평가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확신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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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선별 앱 ‘기억탐정’ 작동 시스템
기본은 굉장히 단순하다. 어르신이 스마트폰 앱에서 짧은 문장을 세 번 정도 읽으면 된다. 문장은 매번 랜덤 제시된다.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안 된다. AI는 이 음성을 받아 두 가지를 동시에 분석한다. 하나는 언어 분석이다. 문장을 제대로 읽는지, 띄어쓰기와 호흡이 자연스러운지, 발음과 단어 선택이 적절한지를 살핀다.
다른 하나는 음향·음성 분석이다. 치매가 진행되면 근육과 신경에 변화가 생기고 성대에도 영향이 나타난다. 사람 귀로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음성을 이미지로 변환해 딥러닝 모델로 분석하면 미세한 패턴 차이를 포착할 수 있다.
이 두 결과를 종합해 점수를 산출하고, 결과 화면에서는 양호·주의·관리 필요 같은 방식으로 보여준다. 숫자가 높을수록 치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앱으로 집에서 간단히 확인해 보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병원을 찾도록 안내하는 개념이다. 막연히 괜찮을 거라고 넘기는 대신, 데이터로 한 번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알려주는 도구다.
통화 데이터로 읽는 치매 위험 신호 구현 방식
통화로 치매를 선별하는 기능은 생활에 더 가까이 들어가 있다. 사용자가 앱을 설치한 뒤 처음 한 번만 안내 문장을 읽어 목소리를 등록한다. 그다음부터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없다. 평소처럼 자녀나 지인과 통화하면 된다. 통화가 끝나면 AI가 이용자 목소리만 분리해 분석한다. 일주일 동안 쌓인 통화 기록을 모아 주간 단위로 종합 검사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카카오 알림톡 같은 형태로 결과를 전송한다.
본인이 동의하면 보호자나 치매안심센터, 담당 관리자에게도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기존 치매 선별 검사는 설문지에 의존해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 통화를 활용한 기능은 어르신이 검사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평소 대화만으로 기록이 쌓인다는 점이 크다.
경로당이나 커뮤니티 공간 활용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에는 이미 스마트 키오스크나 각종 건강관리 기기가 들어와 있다. 여기에 소형 마이크 장비 한 대만 추가로 설치하면 된다. 처음 한 번만 회원별로 본인 목소리를 등록해 두고, 그다음부터는 어르신들이 평소처럼 이야기하면 된다. 대화가 끝나면 AI가 자동으로 개인별 음성을 분리하고, 분석에 맞지 않는 데이터는 걸러낸다. 이렇게 모인 정보를 바탕으로 일주일 단위 결과를 만든다.
어르신들은 따로 검사받는다는 느낌 없이, 경로당에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가 건강관리로 이어진다. 지자체나 복지기관도 추가 인력이나 운영 부담이 크지 않다. 올해 안에 이런 방식의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 청진 솔루션 ‘오디아’로 할 수 있는 경험
밤볼은 청진기를 AI 기술로 발전시킨 오디아를 개발하고 있다. 얇은 옷 위에 기기를 대고 10초 정도 측정하면 심장과 폐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고해상도로 수집한다.
의사들은 진료 과정에서 거친 수포음, 가는 수포음, 천명음, 수축기 잡음 같은 소리를 듣고 질환 가능성을 가늠한다. 밤볼은 이런 판독 데이터를 대량으로 학습시켜 AI가 유사한 기준으로 소리를 구분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제조사 장비와 연동하고 있으며, 70여 개국에 판매 중인 해외 청진기와의 연동도 준비하고 있다. 기기 한 대로 4~5인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집에서 청진한 뒤 이상 소리가 감지되면 병원 방문을 안내한다.
반려동물용 ‘오디아펫’도 준비
반려동물 의료는 사람 의료보다 공백이 크다.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조금 안 좋아 보여도 병원을 찾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실제로는 증상이 분명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의과대와 협력해 반려동물용 심장·호흡기 청진 솔루션 오디아펫을 준비하고 있다. 원리는 사람용과 같다. 소리를 측정해 AI가 분석하고, 이상 징후가 의심되면 병원 방문을 권유한다. 이후 병원 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 보호자와 반려동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영역 확장 계획
음성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현재는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에 집중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하나의 음성으로 노인성 질환 위험을 함께 살피는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우울증 분야에서는 이미 대학병원과 함께 생명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친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직장인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우울 스크리닝 시장도 가능하다. 기업과 제휴해 직원에게 정기적인 음성 기반 정서 체크를 제공하고, 위험 신호가 보이면 병원이나 전문의로 연계하는 역할도 생각하고 있다.
개인정보 관리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원칙은 명확하다. 본인 동의 없이는 어떤 검사도 진행하지 않는다. 낭독 방식이든 통화 기반이든, 사용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어떤 목적으로 쓰는지에 동의해야 분석이 시작된다.
개인정보 활용 동의와 마케팅 정보 동의는 문서를 분리해 법률 자문받아 작성했다. 초기부터 의료와 법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변호사를 구성원으로 영입했고, 외부 자문도 병행하고 있다. 서버는 AWS를 사용하며 접근 권한과 보안 체계를 엄격히 관리한다.
밤볼이 남기고 싶은 브랜드 이미지
밤볼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 제품, 그 신뢰를 만들고 싶다.
내부적으로는 구성원 각자가 일을 부끄럽지 않게 설명할 수 있고, 그 선택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특허를 낼 때 개발자 이름을 모두 발명자로 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구성원들의 노력이 지워지지 않고, 의미 있는 커리어로 남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
누군가 밤볼을 떠올렸을 때, 사람들의 건강과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라고 기억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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