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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대천명 [김은식의 이사만루]
2026-06-1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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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1일 엠비엔(MBN) 토론회에 출연한 윤석열 전 대통령 손바닥에 한자로 ‘왕’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엠비엔 유튜브 채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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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식 | 작가
미신, 하면 또 야구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운칠기삼’이라고도 하고 ‘운삼기칠’이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실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것이 야구장의 승부이다 보니 ‘운’을 자기편으로 만들 방법을 궁리해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연승 중에는 속옷을 갈아입지 않는 감독이나 선수들이 종종 있다. 우연히 이틀 동안 아침에 같은 국을 먹고 두번 다 이겼다면 지기 전까지는 식단을 바꾸지 않고, 또 같은 곳에서 실수로 길을 잘못 들어 돌아서 귀가한 다음날 신기하게 이겼다면 지기 전까지는 같은 지점에서 돌아가기를 계속하기도 한다. 야구선수 가운데 유독 이름을 바꾸는 이들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미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이들이 특히 손가락질을 당하는 것도 야구장이다.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도 어떻게든 이기고 싶은 마음을 한겹 얹는 것을 나무라는 사람은 없지만, 그 암시를 얻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그르치는 지도자나 선수는 곧 소문이 나고 기피 대상이 된다. 본말이 전도된 승부욕이 어떻게 승부를 망치는지에 대한, 수많은 경험이 쌓이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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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란의 과정을 되짚어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던 대목이 무속에 관한 것이었다. ‘영적 능력’을 가진 이들의 조언과 예언에 따라 성공해본 경험자들이 장군도 되고 검사도 되고, 결국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더라는 이야기다. 가뭄에 말라가는 백성을 위해 기우제를 드리는 왕의 이야기는 미담이지만 오로지 자기 권력 강화를 위해, 그나마도 전문가 집단의 합리적인 분석과 조언을 거듭 묵살하고 법사와 보살의 직관에 따라 결심하고 결행한 대통령의 이야기는 괴담이다.
무속과 미신의 문제는 그것이 용한가 아닌가에 있지 않다. 그것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게 한다는 데 있다. 잘되고 못된 일의 이유를 우연과 실력, 노력과 환경의 복잡한 결합이 아니라 신비한 힘의 결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이어가야 할 것과 끊어내야 할 것을 제대로 찾을 수 없게 된다. 거듭된 실패의 원인이 유니폼 색깔이라고 믿는 팀은 하위권을 벗어날 수 없고, 당선된 이유가 손바닥에 적은 ‘왕’(王)자라고 생각하는 대통령이 백년대계를 위한 연구개발 예산의 중요성을 이해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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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착각은 우리 주변에도 흔하다. 지난 수십년간 집을 사고팔아 목돈을 만진 사람들은 자신의 부동산 보는 안목을 과신한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은 개인의 통찰력 이전에 시대의 흐름과 정책, 인구 구조와 금융 환경의 변화가 더 크게 결정했다. 또 식민지배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시작한 나라가 이룬 눈부신 경제성장을 한 사람의 생애 안에서 목격한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기도 힘을 과신해 수많은 사람의 노동과 교육과 희생과 싸움의 수고를 망각했다. 그 결과 그들은 하나님의 수많은 사랑의 가르침을 제쳐놓고 유독 물질적 축복에 집착하는 신앙적 유아기에 머물며, ‘기도발’이 먹혀 대한민국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던 시절의 정치 문화마저 그리워하는 망령된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야구인들은 징크스에 매달리면서도 결국 훈련장으로 향한다. 한 경기의 승패는 혹 운에 맡기더라도 한 시즌과 야구인생은 훈련장에서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늘의 뜻을 기다리기 전에 먼저 사람의 일을 다 하기로 하는 것. 그것이 함께 살아가며 각자의 ‘믿음’을 존중받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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