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로 남친이랑 결혼할 수 있어?”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이 질문에 관한 토론이 한창이라고 들은 게 몇달 전이었다. 간호사라고 밝힌 여성이 한 공개 게시판에 “남자친구 직업이 ‘삐에로’라서 가족이 결혼을 반대한다”는 사정을 올려 이슈가 됐다는 것이다. 이 일을 기억하는 이유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실제 삐에로 남성과 연인이 출연한 것을 봤다. 그 이슈에 영향을 받은 기획 같은데, 여기서는 여러 개인적 사정이 중첩돼 본래 논점이 흐려져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처음 게시글의 핵심을 되살려 보면, ‘삐에로 남친’은 그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일해왔고 이미 상당한 돈을 모아 놓았을 만큼 성실한 사람이다. 나이가 더 들면 행사 진행자 쪽으로 경력을 전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글쓴이는 직업은 안정적이지만 씀씀이가 커서 모아놓은 돈이 거의 없다고 하니, 둘 중 누가 결혼할 준비가 된 사람인지 논쟁이 벌어질 만했다.
결혼을 반대하는 가족 입장을 이해하는 의견도 꽤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불안정성이다. 게시글에 따르면 각종 행사가 많은 5월에는 소득이 상당하지만 늘 그렇지는 않단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상황이 오면 일이 끊길 위험도 있으니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다. 흔히 안정성 높은 직업으로 ‘대기업 정규직’과 ‘공무원’을 꼽는데 그런 고용 형태를 취할 수 없는 직업도 있게 마련이다. 특히 최근에는 안정성을 논할 때 ‘인공지능(AI)에 대체될 가능성’을 먼저 본다. 그런 면에서 삐에로의 안정성은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보다 오히려 높다.
부모가 딸의 결혼을 반대할 다른 이유도 있긴 하다. ‘직업 위세’ 측면이다. 남에게 직업을 말할 때의 ‘체면’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불안정성은 그 자체로 직업 위세를 낮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위세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게다가 삐에로에는 더 근본적 원인도 있다. 연예인을 폄하하려 할 때 ‘광대’라고 부르는 것처럼, 남을 즐겁게 해주는 직업을 낮잡아 보는 문화적 관행이 있는 것이다.
이 ‘삐에로 남친’이 결혼하고 아이도 키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제도와 정책으로 할 일이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다. 국가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삐에로를 비롯한 모든 불안정 직업인들을 취업시키면 될까? 그러려면 정규직 일자리를 몇개나 만들어야 하나. ‘메가프로젝트’를 수십 건 성공시켜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누군가는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예산을 늘리자고 할지 모른다. 적어도 국가가 존재한다는 실감 정도는 줄 만한 대책이다. 문제는 삐에로가 정부가 정한 ‘예술인’의 기준에 들어갈 수 있느냐다. ‘예술인 증명’에 요구되는 서류 구비는 더 어려워 보인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삐에로가 수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직업이라는 점을 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문제 아닐까? 그런 통념을 투영할 뿐 일자리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꾸지 못하는 정책이 문제 아닐까? 어떤 형태로든 보람 있게 일한다면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사회안전망도 평등하게 누리게 해주는 정책을 누군가는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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