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지역의 미래, 지산학연 '원팀 협력'에 달렸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버린 AI 전략 역시 반도체와 AI 모델을 기반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의 상당수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수도권은 도시 어메니티, 지역은 지산학연 협력 결국...

지역의 미래, 지산학연 '원팀 협력'에 달렸다

AI와 디지털 전환, 산업 구조의 재편이 가속화되는 오늘, 대학과 산업의 관계 또한 근본적인 재구성을 요구받고 있다. 이제 산학협력은 선택적 정책 과제가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 됐다. 이에 교수신문은 산학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대전환 시대를 여는 릴레이 기고를 마련했다.

네 번째는 김강욱 경상북도 AI데이터과장이다. 지역 디지털 사업이 확대될수록 수도권 기업 의존 구조가 반복되며, 지역 예산이 외부 기업 성장에 기여하는 한계가 드러난다. 이러한 불균형은 ICT 기업과 R&D 투자 역시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해결을 위해서는 수도권 모델을 모방하기보다 지역 산업 구조에 맞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지자체·기업·대학·연구기관이 협력하는 지산학연 구조가 핵심 대안으로 제시된다. 특히 대학은 인재 양성과 기술 연결의 거점으로서 지역 디지털 전환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역 내 기업·공공기관의 현장 문제를 공급기업이 해결하고,

대학·연구소는 공동연구·실증·기술지원으로 뒷받침해야

AI와 디지털 전환, 산업 구조의 재편이 가속화되는 오늘날 대학과 산업의 관계 또한 새로운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더 이상 특정 산업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제조·바이오·농업·물류 등 산업 전반의 생산 방식과 운영 구조를 변화시키는 핵심 기반 기술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학의 역할 역시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산업 혁신과 지역 발전을 함께 이끄는 지식 거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둘러싼 또 다른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야 할 산업의 상당수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를 공급할 IT 기업과 인재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산업 수요는 지역에 있고 기술 공급은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적 미스매치가 지역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0월, 경상북도, 경주시와 함께 ICT 기반의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을 열었다.

몇 해 전 지역 현안을 디지털 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정부 지원 사업을 준비한 적이 있다. 시·군과 지역 연구기관이 함께 해결해야 할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디지털 기술로 어떻게 해결할지 검토하며 사업을 기획했다. 공모가 시작되자 이를 구현할 IT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했는데, 참여 기업 대부분은 수도권 기업이었다. 경쟁형 공모사업에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실적이 많은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선정 가능성을 높인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었다.

수차례의 검토 끝에 사업은 공모에 선정됐다. 그러나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다양한 기업과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역 기업의 참여는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수백억 원의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디지털 사업이 과연 지역 기업의 성장 기회로 이어지고 있는가.

관련 업무를 4년째 수행하면서 이 질문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었다. 지역의 디지털 전환 사업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지역 기반 공급기업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ICT 중소기업 본사의 78%가 몰려

2024년 기준 ICT 중소기업 본사의 약 78%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종사자 300명 이상 기업의 수도권 비중은 92%에 달한다. 지역 대상 디지털 사업이 확대될수록 수도권 기업 참여에 의존하는 구조 역시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성과 가능성이 높은 과제에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은 공모 선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 기업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2022년 전국 연구개발(R&D) 지출의 70%가 수도권에서 발생했으며, 그중 경기도에서만 51%가 집행됐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된다면 지역의 예산과 행정력이 결국 수도권 공급기업 성장에 더 크게 기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디지털 기술은 특정 산업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기반 기술이다. 제조, 농업, 바이오, 물류 등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이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버린 AI 전략 역시 반도체와 AI 모델을 기반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의 상당수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속에서 산업은 지역에, 기술과 인재는 수도권에 집중되며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지자체·대학·기업 협력을 통한 지역 중심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미지=챗지피티

수도권은 도시 어메니티, 지역은 지산학연 협력

결국 현재의 문제는 분명하다.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야 할 산업은 지역에 있지만, 이를 공급할 기업과 인재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만의 방식으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많은 연구에서는 지식기반 산업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이유로 교통과 주거 여건, 인재와 기업의 집적 효과, 그리고 문화와 여가 환경 등 이른바 도시 어메니티(amenity)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비수도권이 단기간에 수도권 수준으로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지역은 수도권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지역 산업 구조에 맞는 협력 기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 핵심은 지자체·기업·대학·연구기관이 함께 협력하는 지산학연 협력 구조에 있다. 지역의 대·중견기업과 공공기관이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지역 공급기업이 함께 해결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공동연구와 실증, 기술 지원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협력 구조가 형성될 때 지역 공급기업은 일회성 사업 수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성장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역 대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대학은 산업 현장의 문제를 연구로 연결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며,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지식 기반 기관이다. 지역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연구 인재와 함께 현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무형 전문 인력을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

결국 지역 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사람과 기업, 대학과 기술이 지역 안에서 선순환하는 구조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지자체와 기업, 대학과 연구기관이 ‘지산학연 원팀’으로 협력할 때 비로소 지역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다.

김강욱 경상북도 AI데이터과장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