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래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운영위원장
싱가포르 1월2일, 이스라엘 1월20일, 쿠웨이트 1월22일, 룩셈부르크 2월11일, 일본 2월26일, 중국 3월13일, 독일 5월23일. 국가 기념일이 아닌 '국가 생태적자일(Country Deficit Day, CDD)'이다.
인터넷으로 상품을 주문했다. 택배기사가 문 앞에 물건을 가져다 놓았다. 기쁨과 기대를 가지고 상품을 언박싱한다. 뚜껑을 열었다. 완충재가 보인다. 이어서 스티로폼, 비닐봉투, 상품 설명서 등이 나온다. 주문한 상품보다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 갈 것들이 더 많다. 과일을 사려고 창고형 할인매장에 갔다. 카트를 끌고 과일 코너로 직행하려고 했는데 과일 코너에 도착하기 전에 벌써 카트 한가득 물건이 쌓여 있다. 전형적인 과대포장과 과소비 모습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자원 소비량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11일에 CDD를 넘겼다.
CDD는 한 국가가 자국 생태계가 한 해 동안 재생할 수 있는 생태자원과 서비스를 모두 사용한 날을 뜻한다. 그리고 '국가 생태용량 초과의 날(Country Overshoot Day, COD)'이 있다. 이는 '전 세계인이 기준되는 나라 국민처럼 소비한다면 지구의 1년치 생태용량을 모두 사용한 날'을 말한다. 2026년 한국 기준 COD는 4월9일이었다. 즉 한국처럼 자원을 사용하면 지구가 약 3.7개/년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생태자원 소비의 60%를 차지하는 것이 온실가스이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흡수원을 확보하는 것이 COD를 늦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2030년까지 BAU 방식으로 37%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후퇴 금지 원칙에 따라 2030년 국가 감축 목표를 BAU 방식에서 순배출량 방식으로 변경하고 2018년 대비 40% 감축, 이어서 2035년에는 53%~61% 감축을 결정하였다. 세계 각국은 비슷한 방식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생태발자국'은 줄이고 '생태용량'은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네팔 정부는 “우리가 만들지 않은 지구적 위기의 가장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라며 중국, 미국, 인도에 '기후변화 청구서'를 청구했다. 이는 지구 기후변화는 한 나라의 책임이 아닌 전 지구적 노력이 필요함을 상징하는 것이다. ''CDD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 개의 국가적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 과소비 하고 있다. 문제는 '생태적자'를 낸 곳과 갚는 곳이 반드시 같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국가가 과소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생태계 지지서비스를 착취하고 흡수되지 못한 온실가스는 전 세계의 기후변화를 가속한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 재난을 유발할 것이고 특히 네팔처럼 경제력이 낮은 국가에 더 큰 피해를 가져다 준다.
Global Footprint Network가 발표하는 'COD'는 해마다 빨라지고 있다. 생태 적자 상태는 환경 문제를 넘어 공급망 충격과 자원 가격 상승 등 국가 취약성과 국가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순환 경제 체제 확립, 국제적 거버넌스 등을 통해 '1.5℃ 기후 목표'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적극적이고 개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김순래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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