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우리 경제의 근간인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선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정부까지 나서는 마당에, 삼성전자노동조합은 5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 총파업은 정당한 권익 보호의 차원이 아닌, 기술 전환기에 역행하는 비합리적인 집단행동이자 국가 경쟁력을 자해하는 선택으로서 반드시 평가받아야 한다.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는 정당하다. 그러나 이 정당성은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국가 경쟁력이라는 더 큰 틀에서 판단돼야 한다. 삼성전자는 파업에 찬성한 6만 여 명의 소유물이 아닌, 국가 경제와 기술 생태계를 지탱하는 공적 인프라이자 AI 반도체 산업의 핵심축이다. 지금의 총파업은 기업 내부의 성과급 인상 요구가 아닌, 국가 경쟁력을 담보로 한 집단적 압박이자 시대착오적인 행위다.
삼성전자는 노사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삼성전자의 주인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자본을 책임지는 주주들과 그 기술력에 국가 경제를 의탁한 국민 전체이다. 노조 측이 총파업을 선언한 시점은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날로, 주주들에게 정기 배당과 특별 배당을 확정한다고 밝힌 지 불과 3시간 만이다. 주주들이 기업의 성과를 장기적 신뢰로 평가하는 순간, 노동조합은 그 장기적 신뢰를 흔들면서 기업의 가치를 훼손한 셈이다.
AI 반도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은 엔비디아, TSMC, 인텔 간의 첨단 기술 경쟁으로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전략산업보조금법으로 자국 내 생산 거점을 지원하고, 대만은 정부와 기업 간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까지 위기의식을 가지고 기업과 함께하자며 나섰는데도, 기업의 구성원들인 노조가 총파업으로 답하고 있다. 기술 경쟁이 ‘나노초 단위’로 전개되는 현실에서, 노사 갈등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명백한 퇴보다. 국가 단위의 총력을 통해 기술 패권 경쟁에 도전하는데, 노조는 여전히 과거의 투쟁 구호 속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과급 몇 퍼센트를 더 받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 속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에 대한 집단적 사고 전환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년여 간의 실적 부진을 딛고, 후발 주자로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회복에 나섰다. 이제 막 다시 달리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는 행위는 노동조합의 권리가 아닌 우리 산업 전체에 대한 방해다. ‘더 좋은 대우’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지속가능한 미래’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대립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AI 반도체의 기술 패권을 가능하게 하는 노사 협력의 복원이야말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우리 산업 전체의 생존 조건이다.
삼성전자노조의 총파업은 국면 전환이 아닌 퇴행적 신호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격변하고 있는 시기에, 우리의 선택은 총파업이라는 단체행동이 아닌 협력적인 혁신이어야만 한다. AI 반도체 시대의 노사관계는 생산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회적 계약으로 재설계돼야만 한다. 삼성전자노조가 진정으로 ‘노동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당장 멈춰야 할 것은 생산 라인이 아니라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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