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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능 격차’ 시대가 도래하는가 [아침햇발]

그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앞으로 양극화가 더 깊어질 것이라며, 주된 이유로 케이(K)자 성장과 인공지능(AI)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1차 ‘피해자’는 청년층이라고 콕 짚었다. 이 총재의 말대로, 청년층과 고령층...

‘지능 격차’ 시대가 도래하는가 [아침햇발]

“내가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게 다행이다. 앞으로 젊은 사람들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얼마 전 통화정책 설명회 자리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평소 데이터나 논리를 앞세운 화법과 달라 다소 낯설었다. 그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앞으로 양극화가 더 깊어질 것이라며, 주된 이유로 케이(K)자 성장과 인공지능(AI)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1차 ‘피해자’는 청년층이라고 콕 짚었다.

이 총재의 말대로, 청년층과 고령층 고용은 상충 관계임을 드러내는 데이터를 곳곳에서 목격한다. 당장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 고용률(43.3%)은 5년내 최저치를 나타내, 고령층 고용률(44.8%)이 청년층을 앞섰다. 전체 고용률은 2월 기준 역대 최대인데, 세대를 막론하고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 수는 2년 넘게 감소세다. 고용 시장은 엇갈리고 반도체 기업 주가는 두세배 뛴 걸 보면 양극화 성장의 그림자가 그만큼 짙은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 고용 시장의 세대별 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중 구조에 중대 변수가 또 하나 더해진 모양새다. 인공지능 도입 이후 주니어 고용은 줄고 시니어 고용이 늘어나는 양상은 여러 연구에서 유의미하게 관측된다.

한은 분석을 보면, 인공지능 도입 이후 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시스템 통합, 법률·회계·경영, 데이터베이스 등 정보 서비스업 등에서 청년층 점유율이 크게 줄었다. 주니어는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쉬운 정형화된 지식 업무를, 시니어는 업무 맥락을 이해하거나 조직을 관리하는, 그래서 인공지능이 대신하긴 힘든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또 다른 연구에선 근무 연차가 낮을수록 인공지능 활용으로 업무 시간 감소율이 유의미하게 높았는데, 그만큼 인공지능 대체 가능성이 큰 청년 노동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 경제는 앞서 유럽과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점점 더 자산 중심 구조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제조업 시대가 저물고, 금융의 시대로 가고 있다. 고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은 과거 제조와 수출 중심의 대한민국을 자본과 금융 중심 경제로 재촉하는 상황이다. 서학개미를 보라. 투자 국경이 없어진 지금, 국내 투자자들은 원화 자산(주식·채권·부동산)의 매력이 떨어지면 뒤돌아보지 않고 해외 자산으로 이동하지 않는가. 우리나라 대외순자산은 이미 1조달러를 웃돌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어섰다. 해외 자산이 늘어나면 한국 경제의 신용은 튼튼해지지만, 원화 자산이 전부인 평범한 내국인들은 가만히 있어도 ‘돈이 녹는’ 상황에 직면하기 쉽다. 그중에서도 가장 속이 타는 건 상대적으로 벌이가 적고 자산도 없는 청년들이다. 빚투와 영끌로 자산 투자에 나서는 이유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기성 정치는 철저히 동세대 실용주의로 무장돼 있다. 아마도 청년 고용보다는 정년 연장에 훨씬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청년들보다 정치적 목소리가 크고 숫자도 훨씬 많다. 정년 연장 법제화는 조금 눈치를 보겠지만, 조만간 일본처럼 고령자 고용 촉진제를 도입하라고 정부와 여론을 채근할 것이다. 청년 세대 문제가 안중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부의 대물림이 심하다지만 지금의 청년들이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말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청년 세대가 인공지능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일부 전문가들의 지나친 디스토피아일 수 있다. 하지만 부모 세대 소득과 자산 격차가 인공지능 시대에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4세 고시’ 영어 유치원이 인기라는데, 결국 부모의 경제력이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성을 좌우할 테니 말이다. 부모 세대의 자산 격차가 인공지능 시대의 지능 격차로 이어지면 대물림 구조는 훨씬 더 공고해질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기후위기 대응에 확실한 해법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가장 먼저 사람 죽이는 전쟁에부터 동원되는 게 냉혹하고 우울한 현실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더 심화할지 모를 양극화와 격차 해소는 우리가 인공지능 3대 강국에 오른다고 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닐 것이다. ‘모두의 성장’은 검찰개혁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인데, 정부와 정치가 그만큼의 무게를 느끼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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