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초시 증평군 정책자문위원장·전 충북연구원장·전 청주대학교 교수
최근 증평군 재정을 두고 "곳간이 비었다", "모아둔 돈을 모두 써버렸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민이 낸 세금이 적절하게 사용됐는지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감소만으로 증평군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재정의 목적은 돈을 무조건 쌓아두는 데 있지 않다. 도로와 교통망, 산업단지, 복지·문화시설 등 경제·사회 기반을 확충해 지역경제를 성장시키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다. 이러한 투자는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인구 증가를 이끌고 장기적으로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늘리는 선순환의 기반이 된다.
우리나라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약 75대 25지만 지출은 중앙과 지방이 26대 74로 비대칭적이다. 중앙정부가 거둔 국세를 보통교부세와 보조금으로 지방에 배분하는 구조이며, 보조사업에는 지방비 부담이 뒤따른다. 증평군은 성장지역으로 분류돼 낙후지역보다 보통교부세 확보에 불리한 측면도 있다.
안정적인 재정을 위해서는 자체 세원을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보육·복지 및 정주환경 개선을 통해 지역내총생산을 높여야 한다. 증평군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경제·사회 기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세입이 줄거나 대규모 사업으로 재원이 부족할 때 사용하고, 재정 여건이 나아지면 다시 적립하기 위한 재원이다. 고금리 지방채나 금융기관 차입 대신 적립한 기금을 활용한 것을 재정 악화의 징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군은 이 기금을 종합운동장과 복합문화시설, 하수처리시설, 산업단지 연결도로, 스포츠테마파크, 지식산업센터 등에 투입했다. 기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도로와 공공시설 등 지역 자산으로 전환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금 감소 자체가 아니라 사용 목적의 적정성과 투자 효과, 향후 회수·적립 가능성이다.
2026년 증평군 전체 예산은 약 2829억원이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주재원은 약 1616억원이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한 자체수입은 약 448억원으로 세원 확충은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추진할 대규모 사업도 약 3237억원이며, 이 가운데 군비 부담은 약 1223억원에 이른다. 국·도비를 확보했더라도 군비와 신규 시설 운영비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면 재정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증평군 재정은 '문제없음'도 '재정 파탄'도 아닌 '관리 가능한 상태지만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재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군은 기금의 연초 잔액과 적립액, 사용액, 회수액, 연말 잔액을 군민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지방채 규모와 향후 사업비·운영비, 투자사업의 일자리 및 주민 편익 창출 효과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재정 논의는 기금 잔액만을 놓고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기금 활용의 적정성과 투자 성과, 재적립 가능성을 객관적인 수치로 검증하고 군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증평군의 제2 도약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건전한 관리, 군민과의 소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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