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FOMC 매파 기조·해상봉쇄 장기화 우려에 글로벌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
-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강세, 국내 반도체·비(非)반도체 업종 차별화 장세 전망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빅테크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30일 코스피는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눈치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정학 리스크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상방·하방 요인으로 엇갈리며 투자심리를 흔드는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AI(인공지능) 수혜 기대가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구도다.
직전 거래일인 29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49.88포인트(0.75%) 오른 6,690.90에 마감, 사흘 연속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 초반에는 뉴욕증시 약세 영향으로 6,619.00(-0.33%)까지 밀리며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반도체 관련 호재성 보도가 전해지며 반등에 성공했다.
장중 흐름을 뒤집은 것은 삼성전자였다. 오전 내내 약세를 보이던 삼성전자는 오후 들어 상승 전환해 한때 3% 가까이 급등했고, 결국 1.80% 오른 22만6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픈AI의 신규 사용자·매출 목표 미달 소식에 뉴욕증시가 하락 마감한 여파로 국내 증시도 약세 출발했으나, 글로벌 주요 매체가 반도체 호황 지속 가능성을 잇달아 조명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된 것이다.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과 개인이 각각 4780억원, 167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다. 반면 외국인은 60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대형 반도체주에 대한 수급이 엇갈리면서 지수는 등락을 반복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7%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0.04% 하락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0.04% 소폭 상승에 그쳤다. 이란과 미국이 세계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사실상 봉쇄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의 통화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합의에 동의할 때까지 대(對)이란 해상봉쇄를 유지하겠다”고 못 박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포기를 관철하기 위해 장기적 해상봉쇄 준비를 지시했으며, 정유업계 임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해상봉쇄가 수개월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기한을 정하지 않은 휴전을 선언했지만, 군사공격도 대면협상도 없는 교착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에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18.03달러에 거래를 마쳐 전장 대비 6.1% 치솟았다. 장중 한때 119.76달러까지 올라 2022년 6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106.88달러로 6.95% 급등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는 국제유가 급등에 하락 출발했고, 이후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견조했지만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특히 빅테크 실적을 앞두고 관망세가 짙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위원은 없다고 시사하고,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거의 끝이 없는 수요’를 언급하자 시장이 반등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지수 흐름도 엇갈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상장지수펀드(ETF)는 0.27%, MSCI 신흥시장 ETF는 0.48% 하락했다. 반면 AI·반도체 수요를 반영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35% 상승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0.60% 내렸고, 경기 민감도가 높은 다우 운송지수도 0.97% 하락했다.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0.89% 떨어져 국내 현물 시장의 단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도 미국 빅테크 4인방은 일제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099억 달러를 기록했고, 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의 1분기 매출도 각각 33%, 16.6%, 18% 늘었다. 모두 월가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를 웃도는 성적이다.
그럼에도 시간외 거래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알파벳·아마존·MS는 강세를 보인 반면 메타는 급락했다. 서 연구원은 “알파벳은 구글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대비 63% 급증하고 영업이익률이 36%로 대폭 개선됐으며, 제미나이(Gemini) 사용자가 40% 급증하는 등 AI 투자가 실질 성과로 이어지자 시간외에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메타는 매출·이익 모두 시장 기대를 상회했지만 연간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를 기존보다 100억 달러 상향하면서 비용 부담과 향후 매출에 대한 우려가 부각돼 주가가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시장은 단순 실적 수치보다 단기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과 투자비 부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타를 제외한 3개 하이퍼스케일러(알파벳·아마존·MS)의 시간외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이들 4개사의 올해 CAPEX 합산이 6600억 달러대로 상향된 점은 AI 수요 확대와 투자 사이클 지속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는 향후 국내 반도체주의 이익 컨센서스 상향에 추가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오늘 국내 증시는 유가 급등 부담, 4월 FOMC의 매파적 동결, 하이퍼스케일러 업체들의 시간외 주가 강세, 스마트폰 시장 바닥 확인 기대감에 따른 퀄컴의 시간외 16%대 급등 등 상·하방 요인이 뒤섞인 가운데 반도체와 여타 업종 간 차별화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결국 코스피는 유가 급등과 지정학 리스크,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라는 ‘역풍’과 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라는 ‘순풍’ 사이에서 단기 조정과 업종별 온도차가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수 방향성 베팅보다는 반도체와 AI 관련주, 그리고 유가 민감 업종에 대한 선별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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