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증권가에서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되면서, 국내 증시가 다시 실적과 구조적 재평가 중심 장세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8분 기준 코스피는 6672.52를 기록하며 전 거래일 대비 0.87% 상승했다. 장중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한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간 2차 협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지수는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전쟁 리스크를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하며 '소화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2일(미 동부시간) 2차 종전 협상이 불발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 주요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지만,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약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지정학적 변수에서 벗어나 매크로 환경과 기업 실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IT(정보기술) 사이클 회복과 빅테크 실적 기대가 맞물리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익 모멘텀이 다시 부각되는 양상이다. 증권가는 최근 장세를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닌 '이익 추정치 상향이 주도하는 실적 장세'로 평가하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6500선을 돌파한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건부 무기한 휴전 연장 선언 등 최근 스탠스를 감안하면 지정학적 변동성을 넘어선 실적 중심 장세 흐름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2026년 코스피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전주 대비 8조9000억원 증가한 600조원을 돌파했고, 반도체 EPS 변화율이 44% 증가를 기록하는 등 이익 추정치 상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4월 1~20일 수출액이 504억달러로 전년 대비 49.4% 증가했고, 반도체 수출은 182.5% 급증하는 등 호조세가 이어지며 대형주 중심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시장의 해석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과거처럼 경기 사이클에 따른 업종 순환을 추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자산을 다시 평가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쟁 이후 시장의 핵심은 단기 충격이 아니라 질서 재편과 자산 재평가의 시작"이라며 "특히 반도체는 기존의 경기순환 잣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간에 진입해 밸류에이션과 장기 계약 구조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동안 금융시장은 사이클의 정점과 저점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투자해 왔고, 반도체 역시 재고와 가격, 이익 추정치의 흐름이 핵심 변수였다"며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참여자 다수가 여전히 반도체를 전통적인 경기 민감 업종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지금의 반도체는 단순한 경기 회복 업종이 아니라 AI라는 새로운 투자 체계의 중심 인프라로 재해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Tag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