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더페어] 최준규 기자 = 중동 전쟁의 불길이 주요 에너지 생산 시설로 옮겨붙으면서 글로벌 경제에 초대형 악재가 덮쳤다.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폭격과 이란의 카타르 에너지 시설 보복 공격이 이어지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섰고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
현지시간 19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아살루에 정제시설 단지를 타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다. 중동 내 핵심 에너지 인프라가 직접적인 공격 타깃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시장이 우려하던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란의 보복도 즉각적이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세계 LNG 공급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 라스라판 가스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카타르에너지는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공식 확인했으며 전문가들은 라스라판의 공급 정상화가 올해 중반 이전에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에너지 위기를 넘어 첨단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전 세계 헬륨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카타르 시설이 가동 중단되면서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필수적인 헬륨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공급망 병목 현상까지 겹치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전쟁의 장기화 조짐으로 인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조차 전쟁의 파장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가운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중동산 중질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정유사들은 대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서양 연안의 경질유로 설비를 전환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연초 대비 브렌트유가 83%, WTI가 70% 급등한 상황에서 중동발 '에너지 전쟁'은 글로벌 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경고등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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