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저점 재확인 vs 안도 랠리 가능성 양존
고유가·고물가 부담에 非반도체 업종 수익성 압박
글로벌 증시, ‘위험 선반영 후 관망’ 패턴 재현
WTI 90달러대 고착…투자심리 회복은 더딘 흐름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직장인들.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비즈 = 최준 기자 |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고유가와 금리 부담이 시장 전반을 짓누르고 있지만,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이익 전망 개선이 코스피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3주째 이어지며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수위가 극단과 완화 국면을 반복하는 가운데 에너지 시장 불안도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관망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국제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 선에 머물면서 고유가 우려가 확대됐지만,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는 제한적인 반등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도 반도체 업종은 코스피 하단을 방어하는 핵심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업황 회복 기대와 함께 실적 전망이 오히려 상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국내 증시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수요 회복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단가 상승이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주요 IT 기업들의 재고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업황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앞당겨지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서버 업체들의 투자 재개 신호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이 맞물리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종의 이익 기여도가 다른 업종의 부진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급 측면에서도 반도체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중동 리스크 확대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가 부담이 큰 소비·화학·운송 업종 비중을 줄이는 대신 반도체와 2차전지 업종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정학적 변수와 무관하게 펀더멘털이 가장 확실한 업종이 반도체"라며 "코스피의 하방을 규정하는 핵심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다수 업종은 고유가와 고물가 압력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비용 상승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전가하기 어려운 소비·제조업은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금리 상승에 민감한 업종 역시 투자자 이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리 변수 역시 부담 요인이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상될 경우 코스피 목표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0.2배 하락하고, 지수 상단이 약 200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와 관련해 상반된 시나리오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이란이 주변국 에너지 시설을 동시 타격하는 상황까지 거론되지만, 완화 시나리오에서는 국지적 충돌에 그치며 원유 공급 차질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글로벌 증시는 ‘극단적 위험을 선반영한 뒤 관망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서는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가 고점 대비 10%가량 하락한 반면, S&P500 지수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국내 증시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단기 저점을 재확인할 가능성과 함께 반등 시 코스피 5500선 중반까지 안도 랠리가 전개될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유가는 2분기를 정점으로 하반기 들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금융시장은 향후 수개월간 유가·물가·미 연준 정책을 반복적으로 재평가하는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리스크 프리미엄은 단기 급등 이후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이란,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은 언제든 재부상할 수 있는 변수"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분쟁이 재차 확대되더라도 시장에는 이미 학습효과가 반영돼 충격은 이전보다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적 변수와 AI 투자 사이클을 감안할 때 현재의 긴장 국면이 완화되고 에너지 가격 충격이 일부만 해소돼도 증시의 반등 폭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