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전쟁 리스크가 3월 내내 국내 증시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기관의 매도와 개인의 매수가 맞붙는 ‘버티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달 들어 26조92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이 25조5000억 원어치를 받아냈지만, 23일 코스피가 6% 넘게 급락한 ‘블랙먼데이’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5.45포인트 내린 5405.75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부터 투매가 쏟아지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는 올해 6번째, 이달 들어서만 4번째 울렸다.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1517.3원으로 마감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3월 9일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투매였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6984억 원, 기관은 3조8162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6조9984억 원을 순매수하며 맞섰지만, 쏟아지는 매물을 모두 받아내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하루 기준 개인 순매수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었지만 지수 하단 방어에는 실패했다.
시야를 3월 전체로 넓히면 이날 급락의 성격은 더 분명해진다.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20조2783억 원, 6조7017억 원을 순매도했다. 합치면 26조9799억 원어치가 시장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25조5284억 원을 순매수하며 사실상 외국인·기관 매물을 대부분 받아냈다. 지수는 외국인·기관 이탈을 개인 자금이 메우며 가까스로 버틴 장세에 가까웠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의 직접 원인으로 중동 확전 우려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충격을 꼽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 이후 국제유가가 다시 뛰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후퇴시키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증권, 원전, 방산 등 현금화가 쉬운 대형주와 주도주 중심으로 매물이 집중되며 낙폭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수급 공방이 당장 끝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 수입물가와 인플레이션 부담이 다시 커지고, 이는 환율과 금리 경로를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 환율이 1510원선을 웃도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의 복귀도 쉽지 않다. 결국 코스피는 한동안 중동 뉴스와 유가, 환율 움직임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버티기 장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나 양국이 종전 조건을 두고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현실적으로 극적인 타결은 군사적 충돌 확대 이후의 단계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단기간 내 상당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되돌려진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지정학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타국 증시 대비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4월 반도체 실적 시즌으로 옮겨가고 있다. 거시 변수에 짓눌린 투자심리를 되살릴 카드가 있다면 결국 실적뿐이라는 얘기다. 반도체 업종이 기대 이상의 실적과 전망을 내놓는다면 외국인 매도 압력이 다소 완화될 여지는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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