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중국계 AI 스타트업 마누스를 인수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중국 당국의 명령으로 거래를 전면 백지화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단순한 M&A 분쟁이 아니다. 미중 간 AI 기술 패권 경쟁이 민간 기업의 인수합병 영역까지 파고든 상징적 사건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28일 메타의 마누스 인수 철회를 공식 명령했다고 밝혔다. NDRC는 관련 법규에 따른 조치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보다 하루 앞선 27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 같은 상황을 먼저 보도했다.
인수가는 약 20억달러(약 3조원)에서 25억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메타는 지난해 말 마누스 인수를 발표하며 이미 관련 기술과 데이터를 자사 시스템에 통합해왔다. 중국 당국은 이 통합된 데이터와 기술까지 모두 원상 복구할 것을 요구했으며 수주 내 이행 시한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누스는 지난해 3월 중국에서 출범한 AI 에이전트 기업이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하는 에이전트 AI를 선보이며 '제2의 딥시크'로 불렸다. 모회사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실리콘밸리 벤치마크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7500만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5억달러를 인정받은 바 있다.
마누스는 이후 중국 인력을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수십명을 감원하는 등 법인 구조를 재편했다. 연간 반복 매출(ARR) 1억달러를 돌파한 시점에 메타가 인수에 나섰다.
싱가포르 소재 DZT리서치의 케 얀 기술 애널리스트는 "마누스는 싱가포르 법인이었고 창업자도 현지에 있는데도 차단됐다"며 "중국 당국이 법적 소재지가 어디냐가 핵심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국적보다 창업자와 기술의 뿌리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원칙이 이번 조치로 공식화됐다는 분석이다.
마누스 창업자 샤오훙 CEO와 지이차오 CSO는 중국 당국에 의해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중국 당국이 기술 수출 규제 위반 가능성을 검토한다고 밝힌 직후부터 조사를 받아온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한편 이번 결정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오픈AI·앤트로픽과 AI 패권을 다투는 메타에 타격이 적지 않다. 마누스는 S&P500지수 분석부터 영업 제안서 작성까지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에이전트 AI로 메타가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 분야에서 단숨에 선도적 위치로 도약할 발판으로 기대됐다.
사진=연합뉴스
메타는 이번 거래가 관련 법을 준수했다고 강조하며 중국 당국의 조사 관련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마누스 직원들이 이미 싱가포르 메타 사무실로 이동했고 텐센트·젠펀드 등 기존 투자자들도 투자금을 회수한 상황이어서 원상 복구 작업이 시한 내 완료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NDRC는 최근 문샷AI·스텝펀 등 주요 중국 AI 기업들에도 명시적 승인 없이 미국 자본을 받지 말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트댄스에도 유사한 제한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중국 기술 산업을 지탱해온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와의 단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대의 브라이언 웡 교수는 "이번 조치는 미국 당국이 수년간 시행해온 수출 통제·투자 제한·기술 이전 조사에 대한 정당한 맞대응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수주 앞두고 나왔다. 지난주 딥시크가 화웨이 칩을 탑재한 V4 모델을 공개한 것도 트럼프의 방중을 앞두고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마누스 거래 차단과 딥시크 신모델 공개가 같은 시기에 맞물리면서 중국이 AI 분야에서 수비와 공세를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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