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가 이달 말 인도 뉴델리에서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중국 견제를 위한 경제안보 및 인공지능(AI) 협력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군사 안보 중심이었던 쿼드가 최근 들어 공급망·첨단기술·사이버 안보 중심의 경제안보 동맹으로 빠르게 성격을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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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미국·일본·호주·인도는 이달 하순 뉴델리에서 외교장관회의 개최를 최종 조율 중이다. 회의가 성사되면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 회의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중요 광물 공급망 재편이다. 희토류와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은 반도체·전기차·배터리·AI 서버·방위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으로 꼽힌다. 문제는 채굴보다 정제·가공 분야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정제 시장의 약 85~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수출관리법과 국가정보법 등을 근거로 핵심 광물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자원을 전략 무기처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쿼드 4개국은 중국을 우회하는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닛케이는 “미국과 일본이 인도의 자원 개발 능력, 호주의 채굴 역량을 연결해 새로운 ‘탈중국 공급망 벨트’를 구축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호주는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 중 하나이며, 인도 역시 희토류와 니켈 개발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일본은 정밀 소재와 배터리 기술, 미국은 첨단 반도체 및 AI 산업을 기반으로 역할 분담 체계를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중요 광물 공동 비축 시스템과 공급망 조기경보 체계, 공동 연구개발(R&D) 협력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AI 안보 협력 역시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차세대 모델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가 고도화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보여주며 글로벌 금융·에너지 시스템 보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산케이신문은 “AI가 금융망과 국가 기반시설의 취약점을 스스로 분석해 공격 시나리오를 설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며 “미국이 보유한 첨단 보안 기술을 쿼드 국가들과 어느 수준까지 공유할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일본과 호주는 미국의 기술 통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인도는 자국 IT 인력과 데이터 인프라를 활용한 국제 사이버 방어 체계 구축에 적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책임 있는 AI 사용 가이드라인’과 국가 배후 해킹 조직 대응 원칙이 처음으로 공동 문서 형태로 정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쿼드 내부의 이해관계 차이는 여전히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에도 관세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인도는 전통적인 비동맹 외교 기조 속에서 러시아·중국과도 일정 수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예정됐던 뉴델리 쿼드 정상회의는 미국과 인도의 관세 갈등 여파 속에 무산된 바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인도가 중국 견제에는 공감하면서도 미국 중심 질서에 완전히 편입되는 데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단순 외교장관회의를 넘어 ‘경제안보 중심 신냉전 체제’의 방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와 AI, 희토류를 둘러싼 경쟁이 군사 안보 수준의 전략 문제로 확대되면서 쿼드 역시 사실상 경제·기술 동맹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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