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논의 뒤 갈등 격화… 기술탈취 공방으로 확전
"핵심정보 1000건 제공" vs "인터넷 공개자료"
KT와 태블릿 주문 플랫폼 '티오더'의 '기술 탈취' 논란이 짙어지고 있다. 협업을 명분으로 시작된 논의가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면서 '얌체 확장'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앞서 KT는 2020년 특허청이 추진한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 간 영업비밀 보호 협약에 첫 참여 기업으로 나서며 상생 의지를 강조했다. 당시 KT 대표였던 구현모는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벤처기업들이 소중한 기술 자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KT와 티오더의 협력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사는 당시 KT 음성인식 AI 스피커 '기가지니'와 티오더 태블릿 주문 플랫폼을 연동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기술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후 2022년에는 테이블오더 사업 협력 논의가 본격화됐고, 2023년 2월에는 AI 서비스로봇과 태블릿 주문 시스템을 연동하는 추가 협약을 맺으며 협력 범위를 넓혔다.
2023년 2월 KT는 태블릿 주문 플랫폼 티오더와 AI 서비스로봇 연동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KT]
■ 협력 논의 과정서 DDQ 1000건 제공... NDA 없이 진행
협력은 급격히 틀어졌다. 티오더 측은 협력 논의 과정에서 KT가 수익 구조, 기술 사양, POS 연동 방식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고, 자체 서비스 출시 계획이 없다는 설명을 믿고 이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는 본지에 "1차 사업 협력 진행 당시 지속적으로 자체 서비스 출시 계획이 없다고 안심시켜 당사는 이를 믿고 핵심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티오더에 따르면 1차 협력 논의 과정에서 전달된 자료는 IR 자료를 포함한 사업 계획, 영업 전략, 기술 구조, 미래 기술 전략, 고객 데이터, 재계약률, 수익 구조, 해외 사업 확장 전략 등 핵심 사업 정보 전반에 걸쳐 있다. 이들 자료는 1000건이 넘는 실사질문지(DDQ)를 통해 답변된 것으로, 데이터 사업 구조, 태블릿 커스터마이징 방식, AS 관련 상세 데이터, 월 계약 진행 대수, 가입 매장 관리 노하우 등 신규 사업 진입에 활용 가능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 티오더 측 설명이다.
티오더는 1차 논의 당시 비밀유지계약(NDA) 체결 직전 단계에서 돌연 협력이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KT 관계자는 "기술, 영업 비밀을 공유하는 단계에 이르지 않아 NDA 체결 대상 사안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티오더에 따르면 KT는 공동사업 대신 플랫폼 기술은 활용하되 전체 기획과 통합 운영을 자사가 주도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티오더' 브랜드명 사용이 어렵다는 입장이 전달되며, 사실상 티오더는 기술 공급 역할로 축소되는 방향이 논의됐다는 주장이다. 이후 KT는 2023년 5월 태블릿 주문 서비스 '하이오더'를 출시했다.
티오더는 이를 기술 탈취로 보고 2023년 KT 법인과 전·현직 임원을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반면 KT는 티오더와 사업 협력을 논의한 사실은 있으나 서로의 접점이 맞지 않아 협력이 종료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티오더가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자료 역시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로, 근본적으로 기술 탈취는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KT, 하이오더 출시 뒤 2025년 티오더 인수도 검토
갈등은 2차 인수 논의로까지 이어졌다. 티오더는 "2025년 KT가 인수 의사를 타진하며 협력을 다시 제안했고, 이를 믿고 핵심 사업 정보를 전달했으나 또 다시 일방적인 종료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KT가 2025년 티오더 인수를 검토하며 실사를 진행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는 고위 경영진이 참여한 가운데 공식 NDA 절차가 진행됐고, 티오더는 이를 신뢰해 추가 정보 공유와 실사에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KT는 "재무, 사업성 등의 사유로 LOI(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고 검토 종료했다"며 "외부 자문사 중심으로 제한된 정보만 검토되었으며, 관련 자료는 전면 폐기했다"고 밝혔다.
■ 브랜드·영업·인프라까지... 갈등 전면 확산
시장에서도 충돌이 이어졌다는 것이 티오더 측 주장이다. 티오더는 KT 대리점 등을 통해 "티오더는 곧 망할 기업", "KT가 버렸다"는 식의 발언이 유통되며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반면 KT는 "본사 차원의 지시나 관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인프라 영역에서도 충돌이 발생했다. 티오더는 KT가 2023년 4월 매장당 인터넷 연결 회선 수를 최대 15개로 제한해 서비스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매장별 테이블 수만큼 태블릿 연결이 필요한 구조상, 일부 매장에서는 주문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KT는 "인터넷 회선 수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한 바 없다"고 맞섰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단순 서비스 유사성 논쟁을 넘어선다. 티오더는 UI 수준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구조까지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협력 과정에서 확보된 정보가 사업 진입에 활용됐다고 보고 있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는 이번 사안을 "사업 협력과 인수를 미끼로 한 기만적 기술·핵심정보 탈취이자, 독점적 통신 인프라를 경쟁 보복 수단으로 전락시킨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스타트업의 혁신 동력을 훼손하는 구조가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 제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경제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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