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미국 자본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에 나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 심화 속에서 기업가치 재평가와 투자 재원 확보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중장기 성장 여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25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4일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등록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했다"며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전날(24일)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곽 사장은 "ADR 상장은 반도체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우리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한 기반이자 해외 자금 조달 채널 확대와 순현금 흐름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발행 규모나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고 상장 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관련 법령에 따라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회사는 중장기 재무 전략도 제시했다. 곽 사장은 "안정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순현금 100조 원 이상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AI 시대에서 글로벌 고객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강화된 재무 체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AI 기술 고도화와 컴퓨팅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구조적 수요 성장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글로벌 톱 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며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재무 체력을 확보해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100조원 이상의 순현금을 확보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순현금은 12조6944억원으로, 삼성전자 순현금 규모인 약 92조 원 수준에 근접하는 재무 여력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날 주총에서는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의견 차이도 드러났다. 일부 주주들은 배당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며 현금 축적 중심 전략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곽 사장은 "자사주 소각 등의 형태로 환원을 지속해왔으며 향후에도 현금 흐름을 고려해 자사주 매입 등 추가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며 "투자와 환원은 병행하되 시점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액면분할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곽 사장은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지만 거래량, 투자자 구성, 시장 환경,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향후 주가 흐름을 보며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측면에서는 AI 메모리 중심 성장 전략을 재확인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3E와 HBM4 출하 계획을 기존 일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곽 사장은 "현재는 HBM3E가 주력 제품이며 하반기로 갈수록 HBM4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며 "전체 HBM 출하량 목표는 큰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HBM3E, HBM4, DDR5, 소캠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객과 협의해 최적화하고 있다"며 "차세대 제품인 HBM4E도 연내 샘플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사업 확장 전략도 제시됐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설립을 추진 중인 'AI 컴퍼니(AI Co.)'를 통해 AI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곽 사장은 "AI 핵심 역량을 보유한 기업을 확보해 사업화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대응력과 기술·사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사내이사에는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장이 선임됐으며,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과 최강국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김정규 SK스퀘어 사장은 지주사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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