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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주진의 와이낫] '그들만의 잔치' 삼전 성과급, 분배의 정의를 묻다

실제 애플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RSU를 지급해 임직원과 주주가 함께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서는 방식을 택한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주진의 와이낫] '그들만의 잔치' 삼전 성과급, 분배의 정의를 묻다

내용요약

삼전노조 '6억 성과급'… 대한민국 삼킨 박탈감

AI·반도체 호황에 초과이익 배분 논의 사회적 쟁점화로

양대노총 "기업 성과, 원청 내부에 머물러선 안 돼"

사진=연합뉴스

거액의 성과급을 두고 극한까지 치달은 삼성전자 노사 간 성과급 합의는 우리 사회에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고, 새로운 과제도 던졌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어느 부서에 속했느냐에 따라 ‘노동의 가치’가 다르게 매겨지고, 성과급 격차도 크게 벌어지면서 '노노 갈등'이 확산되는 추세다.

게다가 '6억'이라는 전무후무한 성과급은 반도체 산업 생태계 일원인 협력업체나 하청노동자는 물론 대다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켰다. 삼성전자는 국민 10명 중 1명이 주주인 국가대표 기업이다. 국가 경제 위기를 목전에 두고 극한으로 치달은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을 많은 국민들이 가슴 졸이며 지켜 본 이유다.

◇삼전 노조 성과급 배분이 '노란봉투법' 탓? 여야 정치권, 원색적 정치공세..선거에만 몰두

여야 정치권은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한 합의를 이루길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냈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원인이 ‘노란봉투법’에 있다며 ‘노조법’을 통과시킨 민주당을 심판하자고 정치 공세를 폈다. 노사 협상이 벼랑 끝으로 치달을 때도 여야 정치권은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6‧3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 잡기에만 열을 올렸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기업의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자는 주장이 이른 바 ‘국민배당금’ 논란으로 확산됐을 때도 야당인 국민의힘은 ‘사회주의’ ‘좌파’ ‘포퓰리즘’ 이라는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한물간 ‘색깔론’을 부채질했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로 총파업 위기가 목전에 다다르자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는 매우 선명하고 분명했다. 이 대통령은 삼성전자 노조를 향해 "노동 3권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몇몇 사람만의 이익을 위해 집단으로 뭔가를 관철해내도록 무력을 준 게 아니다"라며 "(자신들의 이익만을 지키기 위해)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노동조합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신성한 권리이지만, 그 권리의 이면에는 반드시 '사회적 연대와 책임'이라는 도덕적 의무가 따른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또 "영업이익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투자자와 주주가 할 일이고, 세전 영업 이익을 나누자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세 등 세금을 먼저 공제한 뒤 배당가능이익 범위에서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이익을 배분하도록 한 상법의 대원칙을 무시하고, 영업이익 단계에서 성과급을 무더기로 배분하는 것은 조세권을 우회한다는 것이다.

또 기업의 최종 수익이 아닌 ‘중간 지표’에 불과한 영업이익을 고정비로 확정할 경우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주주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홍성국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한 인터뷰에서 "영업이익이 아닌 순이익으로 성과급을 배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삼성전자 주주 단체들은 이번 노사 합의에 따른 초고액 성과급 지급이 “삼성전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위반이자 업무상 배임”이라며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자에게 영업이익의 일부를 직접 현금으로 배분하는 데서 벗어나 자사주(RSU)를 지급하거나 이사회가 향후 투자계획 등을 고려해 성과급 재원을 결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애플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RSU를 지급해 임직원과 주주가 함께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서는 방식을 택한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韓기업의 성과보상 체계·노사 거버넌스·주주가치 구조 전반에 과제 던져

삼성전자 노조가 쏘아올린 ‘분배의 정의’는 이제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배분 합의안은 단순 임금협상 차원을 넘어, 한국 기업의 성과보상 체계·노사 거버넌스·주주가치 구조 전반에 과제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이 거둔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하는가’

-‘노동자‧주주‧회사간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배분 기준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노조 권한 쟁의, 노동의 가치‧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다시 묻는다’

이제부터는 정치권과 정부, 기업과 노동계, 시민사회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 특히 노동법·상법·자본시장 제도에 있어 현실에 맞게 실질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AI 반도체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설비투자와 인건비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중요하다. 경기 침체기에도 납득 가능한 성과급 지급 기준을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다. 성과급 지급 시스템은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번 삼전 노사 합의 사례처럼 단년도 실적만으로 성과급을 산정하면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이에 3~5년 장기성과 연동형 인센티브 확대, 현금+주식 혼합 보상체계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 직원 성과급 산정 구조가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향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의무 확대, 인건비·성과급 배분 구조 세분 공시, CEO 보수와 직원 평균 보수 배율 공개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투쟁은 비정규직·하청과의 연대, 사회적 의제 등을 다뤘던 전통적 노동운동과는 다른 양상을 띄었다.  약자를 위한 연대적 의미의 노동운동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의 '정당한 보상'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초기업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여론의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삼성이 거둔 세계적 성과는 대기업 정규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성과는 기업의 성과인 동시에 정부의 세액 공제와 지역사회 자원을 토대로 성장한 국가전략산업의 성과다. 또 반도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수많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일궈 낸 성과다.

양대노총은 "이번 타결의 성과는 납품단가 구조 개선, 기술·생산 이익 공유, 상생협력 강화 등 중소기업과 하청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지역사회 환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개별 기업 단위 교섭 대신 반도체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초기업·산업별 교섭 구조를 만들어야 원·하청 노동자와 협력업체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도 했다. 독일 공동결정제나 프랑스 이익참가제처럼 노동자의 성과배분 참여권을 제도화하는 모델도 검토해볼 만 하다.

◇ AI‧반도체 이익, 국가와 사회에 재투자해야

홍성국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향후 3년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1500조원의 이익은 국가 혁신을 위한 시드머니(종잣돈)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반도체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특수로 사회적 양극화도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1500조원의 이익을 어디에 쓸 것인가,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저출생과 고령화, 청년 주거, 간병, 아이 돌봄, 대학 교육 등의 부문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

2023년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 집행 지침을 통해 도입한 ‘초과이익 공유제’도 좋은 예다.  정부로부터 1억5000만달러(약 2300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예상치를 웃도는 초과이익을 거두는 경우, 그 일부를 정부와 공유하는 방식이다.

미래성장과 재분배를 위한 제도를 재설계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산업계, 노동계, 학계의 건강한 지혜를 모으는 공론장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주진 정경부장 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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