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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주영훈의 품격있는 글씨교정] 맛있는 글씨, 쌍자음(ㄲ, ㄸ, ㅃ, ㅆ, ㅉ)...

식탁 위에 핀 한글, 쌍자음의 비밀: 두 번 쓰는 게 아니라 균형을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네 식탁을 가만히 떠올려 보자.

[주영훈의 품격있는 글씨교정] 맛있는 글씨, 쌍자음(ㄲ, ㄸ, ㅃ, ㅆ, ㅉ)...

글씨에 뭐 좀 있네! 손끝에서 시작되는 감성변화 ‘한글교정’

사진출처=AI활용자체제작

[한국강사신문 주영훈 칼럼니스트] 식탁 위에 핀 한글, 쌍자음의 비밀: 두 번 쓰는 게 아니라 균형을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네 식탁을 가만히 떠올려 보자. 입안 가득 고소함이 퍼지는 '깨'와 '땅콩', 봄내음 물씬 풍기는 '쑥',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우깡'과 '빼빼로', 갓 구워낸 말랑말랑한 '빵', 달콤한 '잼', 출출할 때 생각나는 '짜장면'과 매콤한 '쭈꾸미'까지... 온통 '쌍자음' 천지다. 입맛을 돋우는 강렬하고 톡톡 튀는 맛처럼, 쌍자음은 현대 생활 속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흔하게 쓰이는 글자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의 역사적 사료를 살펴보면 쌍자음은 그리 자주 사용되지 않았다. 특히 사람의 이름에는 쌍자음을 쓰지 않는 것이 불문율에 가까웠다. 이는 과거 유교 문화권에서 중요시했던 중용(中庸)과 부드러움의 가치와 무관하지 않다. 격식과 무게감을 중요시했던 시절, 된소리와 거센소리는 자칫 품격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억세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현대 사회는 빠르고, 강렬하며, 직관적인 에너지를 요구한다. 음식 이름이나 상호명에서 소비자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기 위해 더 강하고 경쾌한 소리가 필요해졌고, 그 결과 생활 속에서 쌍자음이 폭발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소리의 맛과 느낌을 글자에 오롯이 담아내려는 현대 한글 사용자들의 역동적인 언어생활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글씨를 쓸 때다.

강렬한 소리와 달리, 막상 붓이나 펜을 들고 쌍자음(ㄲ, ㄸ, ㅃ, ㅆ, ㅉ)을 쓰려면 많은 이들이 난관에 봉착한다. 지난 칼럼에서 다룬 거센소리(ㅋ, ㅌ, ㅍ)가 획을 하나 더해 공간을 확장한 것이라면, 쌍자음은 아예 글자 자체를 두 배로 확장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쌍자음을 쓸 때 유독 글씨가 옆으로 퍼지고, 균형이 무너져 어수선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한된 공간 안에 두 개의 똑같은 자음을 억지로 밀어 넣으려다 보니 생기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글씨 교정을 위해 찾아오는 이들에게 쌍자음을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같은 자음을 두 번 기계적으로 나열한다”고 대답한다. ‘ㄱ’을 쓰고 그 옆에 똑같은 ‘ㄱ’을 한 번 더 쓰는 식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쌍자음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두 배로 늘어난 거대한 공간을 설계하고 그 안에서 모음과의 협력을 통해 균형을 완성하는 가장 세련된 형태의 구조적 자음이다.

필자의 한글 시스템 핵심 원칙인 세로축과 가로축의 원리는 쌍자음이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도 명확한 길잡이가 된다. 거센소리에서 배운 공간 확장의 지혜는 쌍자음에서 '두 배의 균형'이라는 더 높은 차원의 과제로 확장되었다. 그 핵심 비밀은 단 하나다.

세로축 모음에서는 첫 번째 자음이 공간을 양보하되 두 번째 자음을 조금 더 크게 써서 중심을 잡고(Type A), 가로축 모음 위에서는 앞뒤 자음의 크기를 똑같이 하여 든든한 상단 지평을 만들어야 한다(Type B). 자세히 살펴보자.

사진출처=자체제작

Type A: 세로축 모음을 만날 때 (까, 따, 빠, 싸, 짜) -> "둘째가 커야 리듬이 산다"

세로축 모음(ㅏ, ㅑ, ㅓ, ㅕ, ㅣ 등)을 만날 때, 자음은 오른쪽 모음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유연함을 발휘해왔다. 쌍자음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두 글자가 나란히 서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양보를 실현할 것인가?

만약 쌍자음을 기계적으로 똑같은 크기로 쓰면, 첫 번째 자음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커지며 글씨 전체가 왼쪽으로 무거워 보이고 답답해진다. 모음이 우측에 자리하므로, 왼쪽에 놓이는 자음들은 자연스럽게 우측으로 흐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세로축 모음에 맞는 자음의 형태를 취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두 번째 자음'이다. 두 번째 자음은 첫 번째 자음 곁에 바짝 붙여 쓰되, 약간 더 크게 써서 무게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모음과 직접 만나는 구조적 중심 역할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원리를 모르면 세로축 모음이 결합된 쌍자음은 그저 밋밋하고 옹색한 형태에 머물고 만다.

사진출처=자체제작

Type B: 가로축 모음을 만날 때 (꼬, 또, 뽀, 쏘, 쪼) -> "똑같아야 평화롭다"

반면, 가로축 모음(ㅗ, ㅛ, ㅜ, ㅠ, ㅡ 등)은 중심이 위아래로 나뉜다. 아래쪽 모음이 두 자음을 모두 안정적으로 받쳐주기 때문에, 어느 한쪽 자음이 유독 클 필요가 없다. 오히려 크기 차이를 두면 위쪽 프레임이 한쪽으로 기울어 보여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진다. 그래서 가로축 모음을 만날 때는 두 자음이 대등하게 공간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프레임을 형성한다.

따라서 앞뒤 자음의 크기가 정확히 같아야 한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두 자음의 가로 폭과 수직 길이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두 번째 자음을 더 크게 쓰면 글자의 중심이 오른쪽으로 밀려 무너진다. 즉, 가로축 모음에서는 대칭이 곧 안정이다.

이렇게 하면 두 자음이 평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래쪽 모음 위에 든든한 '지평'을 만들어낸다. 어느 한쪽이 튀어나오거나 작아지지 않도록 절제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꼬', '또', '뽀' 등을 쓸 때 이 원리를 지키면, 쌍자음은 당신의 글씨에서 가장 튼튼하고 신뢰감 있는 자음으로 변신한다.

과거 사료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았고 사람 이름에도 잘 쓰이지 않았던 쌍자음은, 현대에 이르러 소리의 맛과 에너지를 듬뿍 담아내는 핵심 자음으로 거듭났다. 글씨를 쓸 때의 쌍자음은 단순히 두 번 쓰는 반복 작업이 아니라, 모음의 축에 따라 달라지는 균형과 책임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세로축 모음 앞에서는 두 번째 자음이 책임을 지고 묵직하게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조금 더 크게 쓰고(Type A), 가로축 모음 위에서는 절제된 평등을 유지하며 두 자음을 동일하게 써서 든든한 지평을 만들어야 한다(Type B).

입안을 즐겁게 하는 맛있는 쌍자음 음식들처럼, 이 비밀을 깨닫는 순간 당신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쌍자음 또한 훨씬 자연스럽고 세련된 형태로 변하며, 글씨가 단숨에 정리되는 놀라운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쌍자음이 비로소 품격 있는 '맛있는 글씨'로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이제 자음의 형태가 변하는 '트랜스포머' 원리를 이해하는 대장정이 정말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드디어 세로축·가로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마지막 자음군, ‘불변의 4총사(ㅁ, ㅂ, ㅇ, ㅎ)’의 핵심 원리를 다룰 예정이다. 겉보기에는 가장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글씨의 뼈대와 중심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자음들이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한글 교정의 퍼즐이 비로소 완성된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주영훈 칼럼니스트는 한글 컨텐츠 글터(교육청 2046호) 대표원장이다. 악필 글씨 교정 경력 12년(800명 이상의 수강생 지도 노하우 보유), 천안 서예가협회 정회원이다. 손글씨 학습방법 및 그 시스템 (특허 번호 제10-2678380호)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로 ‘한글닥터AI’ 프로그램 개발, 저서로는 『100% 글씨교정』이 있다. 한글 정자체 ‘정본체(기본,필기,흘림/3종)’, ‘이쁨체(각짐,둥근/2종)’ 디자인 및 개발했다. ‘클래스유’, ‘탈잉’에서 한글교정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30년 연구와 특허 기반 ‘쓰기 공학’을 통해 디지털 시대 잊힌 손글씨의 인문학적·과학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필적 심리학과 훈민정음 원리를 활용해 자기 인식, 정서적 안정, 소통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주영훈의 품격있는 글씨교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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