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고려하면 증권사 통해야 하지만‘투자 까막눈’ 적극 공략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뉴스1서울에 사는 60대 이모씨는 지난달 은행에 갔다가 직원 추천을 받고 목돈 수백만 원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ETF는 증권사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이지만, 은행에 신탁을 맡겨서 대신 투자하도록 한 것이다. 이씨는 “주식 투자에 대해 까막눈이라 은행에서 대신 해준다고 생각하고 그냥 맡겼다”면서도 “나중에 들어 보니 증권사는 ETF 거래 수수료를 거의 안 떼어가던데, 은행은 1%씩 떼어가니 아깝다”고 했다.국내 주식 시장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은행에서 판매하는 ETF 규모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서 신탁 형태로 팔린 ETF는 18조817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3월 판매액이 1조7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10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1월 7조2558억원, 2월 8조1119억원으로 두 달 연속 월별 기준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갈아치우더니, 이달 들어서는 열흘가량 만에 3조3495억원어치를 판매했다.◇주식 투자 광풍 속 ETF 대신 투자해 준다는 은행들ETF는 특정 지수나 종목 수익률을 추종하는 펀드 상품으로,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개인들이 증권사 앱을 깔아 온라인으로 ETF를 사고팔 때는 매매 수수료가 0.1% 안팎으로 거의 붙지 않는다. 그러나 ETF를 직접 판매할 수 없는 은행은 신탁 형태로 고객에게서 돈을 받아 은행 명의로 재투자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때 고객은 신탁을 맡긴 자금의 1%가량을 선취 수수료로 내야 한다. 수수료를 고려하면 증권사에서 ETF를 직접 투자하는 게 유리한 것이다.하지만 은행들은 ‘목돈은 은행에’ 맡긴다는 인식이 강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은행을 통해 ETF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식 시장 활황에 고령층 사이에서도 포모(FOMO)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은행의 ETF 판촉이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말 쌈짓돈 수천만 원씩 들고 와서 ‘ETF인지 뭔지 들어달라’는 5060분이 몰렸다”며 “증권사 앱이 친숙하지 않으니 은행에 투자를 맡기는 분이 많다”고 했다. 70대 B씨는 “모임에 나가 ‘하이닉스랑 삼성전자만 사도 손주 용돈 주고도 남는다’는 소리를 듣고 생전 처음 주식 투자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은행들은 ETF를 팔 때 ‘목표 수익률’까지 제시하는 모습이다. 가령 신탁 조건에 ‘수익률 5%를 달성하면 즉시 보유하던 ETF를 판매한다’고 적어두는 식이다. 투자자가 이익을 실현할 때를 고민할 필요 없이 은행이 목표 수익률에 맞춰 알아서 거래를 해준다는 점에서는 간편하다. 하지만 자칫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 게 보장된 ‘안전한 상품’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ELS, ELD도 눈물로 끝났는데…특히 은행권은 과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로 1조4000억원 과징금을 통보받은 터라, 주가를 추종하는 금융 상품을 또다시 마구잡이로 팔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콩 ELS 사태 이후 금융 당국은 일부 거점 점포를 제외하고는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은행권 관계자는 “그간 ELS 사태로 금융 상품 영업이 어려웠는데, 한동안 ELD(주가연계예금)가 그 대안으로 떠올랐고, 이제는 코스피 불장 속 ETF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이라며 “실적 압박에 창구에서 공격적 영업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작년 하반기 은행들이 적극 팔았던 ELD의 경우 코스피가 지나치게 오르며 상당수 고객이 오히려 연 1%대 낮은 수익만 얻기도 했다.전문가들은 주식 시장 활황기에 ETF 수익률이 좋을 수 있지만, 엄연히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 상품임을 은행이 더 확실히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은행 거래만 해온 고령층의 경우 막연히 은행에서 거래하면 원금을 보존할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에서 대면해 추천받은 상품은 더 신뢰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더 유의해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주가 광풍속 은행도 공격적 ETF 영업...“목표 수익률 맞춰줘요”
70대 B씨는 “모임에 나가 ‘하이닉스랑 삼성전자만 사도 손주 용돈 주고도 남는다’는 소리를 듣고 생전 처음 주식 투자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은행들은 ETF를 팔 때 ‘목표 수익률’까지 제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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