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나이키 매장. 연합뉴스
18년간 미국 대표 우량주 지수인 S&P 100의 한 자리를 지켜온 나이키가 결국 밀려난다. 2021년 고점 이후 시가총액이 2200억달러(약 305조원) 넘게 증발한 가운데, 나이키가 빠진 자리에는 인공지능(AI)·디지털 분야의 기술기업들이 새롭게 이름을 올린다.
18년 지킨 ‘美 100대 우량주’서 탈락…시총 305조원 증발
6일(현지시간) S&P 다우존스 인디시즈에 따르면 나이키는 분기 정기변경에 따라 오는 21일 미국 증시 개장 전 S&P 100 지수에서 제외된다. 나이키가 이 지수에서 빠지는 것은 편입 이후 약 18년 만이다. 다만 미국 대표 500개 기업으로 구성된 S&P 500에는 계속 남는다.
S&P 100은 S&P 500 구성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과 유동성 등을 고려해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우량주를 담는 지수다. 이번 개편에서는 나이키를 비롯해 허니웰 에어로스페이스,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콜게이트-팜올리브가 빠진다.
그 자리는 델 테크놀로지스와 팔로알토 네트웍스, 아리스타 네트웍스, 샌디스크가 채운다. 스포츠·소비재 기업이 밀려나고 AI 인프라와 사이버보안, 데이터 저장장치 등에 강점을 둔 기술기업들이 새로 진입하는 셈이다.
나이키의 추락은 주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이키 주가는 지난 4일 38.40달러로 마감해 약 1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약 57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2021년 11월 고점 당시 약 2810억달러와 비교하면 2200억달러 이상, 약 80%가 사라졌다.
온라인 판매에 힘줬다가 경쟁사에 빈틈…매출도 제자리
문제는 주가만이 아니다. 나이키의 2026회계연도 매출은 464억달러로 전년과 사실상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오히려 2% 감소했다.
판매 채널별로 보면 나이키의 직영 판매 매출은 6% 줄었고 온라인 매출은 12% 감소했다. 컨버스 매출도 31% 급감했다. 반면 도매 매출은 6%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과거 나이키가 온라인 직접판매(DTC)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기존 유통업체와의 관계를 약화시킨 전략을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존 도나호 전 최고경영자(CEO) 시절 디지털과 데이터 중심의 마케팅에 힘을 싣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도매 유통망과 제품 개발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그사이 경쟁사들은 나이키가 비운 자리를 파고들었다. 특히 러닝 시장에서는 ‘온’과 ‘호카’가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나이키의 세계 스포츠 신발 시장 점유율은 2025년 22.9%로 3년 연속 하락했다.
중국 시장의 부진도 뼈아프다. 2026회계연도 나이키의 중화권 매출은 58억5000만달러로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13% 감소했다. 신발 매출은 같은 기준 15%, 디지털 판매는 29% 줄었다.
나이키는 연례보고서에서 중국 시장의 매장 방문객 감소와 과도한 할인 경쟁, 높은 재고 수준 등이 매출과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안타’와 ‘리닝’ 등 중국 토종 스포츠 브랜드까지 성장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다시 도매점으로 돌아가는 나이키…“회복에는 시간 걸려”
나이키는 현재 과거 전략을 되돌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2024년 10월 취임한 엘리엇 힐 CEO는 기존 도매 파트너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제품 혁신과 스포츠 중심의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지털 판매 역시 할인 중심의 채널에서 정상가격 판매 플랫폼으로 재정비하는 한편 쌓여 있는 재고를 줄이고 신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미 러닝화 사업에서는 일부 회복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실적이 과거 수준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나이키의 2026회계연도 매출 464억달러는 2024회계연도 514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회사 측도 중화권과 컨버스의 부진이 2027회계연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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