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 회장이 효성중공업 전력기기 생산현장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효성]
효성중공업 주가가 1년여 만에 10배 가까이 급등하며 대표적인 ‘황제주’로 자리매김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효성중공업 주가는 2025년 초 41만원 수준에서 현재 450만원대로 올랐다. 약 1년 4개월 만에 10배 이상 뛴 셈이다.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3조원대에서 40조원대로 불어났다.
◆"그때 왜 샀나 했는데"…효성중공업 주가 10배 만든 조현준의 결단
효성중공업 주가 급등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에 따른 초고압 변압기 수요 급증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조현준 효성 회장의 결단으로 2020년 추진된 미쓰비시의 미국 멤피스 변압기 공장 인수가 사업 확장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당시 인수 금액은 4650만달러(약 675억원)였고, 그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후 1·2·3차에 걸쳐 누적 약 3억달러(약 4400억원)를 추가 투자하며 생산능력과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 유일하게 765kV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거점이다. 효성중공업은 현재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kV 변압기의 절반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 전력업계는 AI 데이터센터 신·증설에 대응하기 위해 116GW 규모의 신규 전력 공급 계획을 확정했고, 2040년까지 309GW를 추가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선제적 투자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효성중공업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5조9685억원, 영업이익은 747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0%, 106.1% 늘었다. 중공업 부문 수주잔고도 15조3402억원으로 약 43% 증가했다.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제공=효성중공업]
◆상속세에 넘어간 효성중공업 평가차익…美 펀드만 웃었다
이에 따라 조현준 회장의 지분 가치도 크게 뛰었다. 조 회장의 ㈜효성 지분 41.0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효성은 효성중공업 지분 32.47%를 들고 있다. 조 회장 본인도 효성중공업 지분 10%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이 보유한 효성중공업 지분가치는 4조원 이상이다. 1년 새 평가차익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효성이 효성중공업 지분을 보유한 만큼 간접 지배가치 증가분도 상당하다.
다만 조 회장은 효성중공업 주가 급등 직전인 지난해 5월 보유 지분 14.89% 가운데 4.90%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미국계 테크펀드에 처분했다. 매각 단가는 주당 56만8100원으로, 총 매각 규모는 약 2596억원이었다.
당시 블록딜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결정이었다. 조 회장은 2024년 별세한 부친 故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효성·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 등 상장사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와 관련해 상속세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 20%가 적용되면서 업계에서는 전체 상속세 규모를 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매각 시점이다. 매각 한 달여 뒤부터 효성중공업 주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주당 약 450만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56만8100원에 매각된 45만6903주의 현재 가치는 약 2조560억원에 달한다. 매각 대금 2596억원을 빼면 약 1조7000억원이 1년 만에 인수자의 평가차익으로 돌아간 셈이다. 매각가 대비 약 7.9배 수준이다.
조 회장이 정점 직전 매각한 지분 4.9%는 결과적으로 미국계 테크펀드의 평가차익으로 돌아갔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은 상속세 부담이 워낙 커서 오너 일가가 회사 지분을 팔지 않고는 세금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효성중공업처럼 장기간 투자해온 사업이 결실을 맺는 시점에 그 과실의 일부를 곧바로 처분해야 하는 상황은 결국 국내 자본의 유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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