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조작한 증거로 사기 피해자가 무고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 공판검사의 보완수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됐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휴대전화 포렌식과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을 통해 조작된 증거를 확인하고 무고 혐의로 기소됐던 피해자의 공소를 취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검 공판부(김도형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위계공무집행방해, 위증 혐의로 A 씨를 구속 기소했다.
A 씨는 금융기관에 피해자 B 씨의 인적사항을 도용해 두 차례에 걸쳐 1900만 원을 대출받은 뒤, B씨에게 고소당하자 AI를 이용해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현금인출증을 조작해 경찰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에게 현금을 빌려줬고 이를 돌려받은 것”이라는 취지의 허위 증언까지 했다.
사건은 당초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경찰은 A 씨가 AI로 만들어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와 현금인출증을 근거로 A 씨의 사기 사건을 불송치 처분했다. 오히려 피해자인 B 씨를 무고 혐의로 인지해 검찰이 기소했다.
B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실제 카카오톡 대화방이 삭제된 상태여서 이를 제출하지 못했고 결국 재판까지 받게 됐다.
A 씨가 AI를 이용해 조작한 현금 인출증. 사진제공=대구지검
공판 단계에서야 상황이 바뀌었다. 무고 사건을 담당하던 공판검사가 “카카오톡 대화가 조작됐다”는 B 씨의 호소에 주목한 것이다. 담당 검사는 B 씨 휴대전화의 백업 데이터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고 A 씨가 제출한 대화 내용이 AI를 이용해 조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찰은 A 씨의 주거지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실시해 현금 인출증 역시 위조됐다는 점을 밝혀냈다.
보완수사 결과 A 씨는 실제로 B 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이 없었음에도 마치 B 씨가 자신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이를 갚은 것처럼 카카오톡 대화를 꾸며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결과를 토대로 지난 2일 B 씨에 대한 무고 사건 공소를 취소했다.
억울한 누명을 벗은 B 씨는 지난 10일 담당 공판검사와 수사관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사기 피해를 입었음에도 무고로 기소돼 너무 억울했지만 공판 검사가 실체 진실을 확인하고 억울함을 풀어줘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공판 단계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중대한 오류를 신속히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향후 검사의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질 경우 이 같은 사안에서도 경찰에 다시 수사를 요구하거나 의뢰해야 해 실체적 진실 규명과 피해자 권리구제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
최근 AI 등을 이용한 증거 위조로
사실관계를 왜곡하려는 범죄가 일상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며 ”
증거의 진정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수사기관과 법원을 기망하는 사법질서 저해사범에 대하여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