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가 연일 커지고 있던 가운데, 지난 4월 8일 양측이 극적으로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폭파음과 총격은 잠시 멈출지라도 전쟁은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불러왔고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 전쟁 와중에 전례 없는 피해를 입은 분야는 '자원' 분야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필수품인 원유와 나프타 수입에 차질이 생겼고, 정부는 이에 대한 긴급 확보를 위해 해외 각지에 특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 사이 국내 석유화학산업 내에서는 실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시와 유가는 국제 정세에 따라 언제든지 급등할 수도, 폭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고갈된 자원은 수급이 끊기는 순간 장기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미국은 핵심 산업에 쓰이는 각종 자원과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국방부가 직접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자원 확보를 상무부 차원의 단순 경제 문제가 아닌, 사실상 국가 안보와 존폐를 결정하는 사안으로 보기 때문이다. 방위산업 체계와 각종 에너지 분야에 사용되는 희토류, 갈륨, 게르마늄, 니켈, 구리 등의 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은 전 세계로 진출하며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중이다. 자국 내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중국 역시 지속적인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자원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자원 확보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광물·자원 분야를 담당하는 공기업인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약 10조원대의 부채를 안은 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약 30년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현장 탐사와 연구를 수행해 온 조성준 한국자원공학회 회장은 "한국도 필수적으로 자원 분야 투자를 다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서울대학교 자원공학과를 졸업, 동 대학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1월에는 제33대 한국자원공학회장으로 임명됐다. 지난 4월 7일 대전에 위치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조 회장은 "볼레오 광산의 실패는 사장들이 폭탄 돌리기만 하느라 벌어진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다음은 조 회장과의 일문일답.
- 우리 정부의 자원 분야 투자가 10년 넘게 멈춰 있다는 평가가 많다.
"자원이라는 것 자체가 정책이 좌우하는 시장이다. 정책으로 자원 확보 대비를 하지 못하면 국가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만 봐도 그렇다. 중국이 2000년대 후반 이후 국제 자원 시장에 저가 공세를 퍼부으면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했고 이에 맞선 미국은 모든 자원 정책을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방향으로 설정했다. 미국이 '칩4' 동맹을 결성해 반도체 분야 필수 광물을 선점하려 하자,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나섰다.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광물들인데, 중국이 거의 90% 이상 점유율을 쥐고 있다. 한국은 이런 국제 정세를 주도하기보다는 영향을 일방적으로 받는 입장이다."
- 한국은 왜 주도권을 쥐지 못하나.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투자 실패 이후 다시 투자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공기업이 나서서 투자를 이끌어줘야 하는데 지금 그럴 여력이 안 된다. 광업공단은 자본잠식 상태로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민간 기업이 나서기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총리실 산하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방법 등으로 우리만의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핵심 광물은 물론, 가장 중요한 희토류 분야에서도 공급망 확보가 미진하다. 미국처럼 안보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광해광업공단이 2조원을 투자한 해외 광산을 최근 1달러에 팔았다.
"애초 광산을 매입할 당시에 광물공사(현 광해광업공단)가 사기를 당했다. 기존에 광산을 소유한 기업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면서 광산을 빠르게 매각하려 했고, 실제 매장량보다 더 많게 매장량을 부풀리면서 공사 측에 폭탄을 던진 것이다. 한마디로 사기당한 거다. 당시 공사 측은 이명박 정부가 해외 자원 개발을 밀어붙이는 상황이었던지라 어떻게든 성과를 보여줘야만 했고, 떠밀리듯이 계약을 해버렸다. 문제는 사업성이 없는 것을 깨달았으면 빠르게 정리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 왜 정리를 못 했나.
"공단 사장들은 어차피 자리에 잠깐 앉았다가 가는 사람들이다. 광물이나 자원 관련 전문가보다는 분야와 관계없는 인물들이 많다. 본인이 사장을 맡을 때 광산 매각에 대한 비판과 리스크를 짊어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계속 방치만 해온 것이다. 일종의 '폭탄 돌리기'였다. 볼레오광산 소유 주체가 광업공단처럼 공기업이 아니라 민간기업이었다면 일말의 고민 없이 바로 팔았을 것이다."
- 한국이 전략적으로 가장 집중해야 할 자원은 무엇인가.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올타임 넘버원'으로 중요한 광물 자원은 '구리'다. 전 세계 어디든 모든 분야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광물이다. 전력망을 깔기 위해 필요한 핵심 광물이기 때문에, 공장을 짓든 각종 개발을 하든 모든 분야에 다 쓰인다. 가격 역시 천정부지로 계속 오르는 중이다. 이어 안보적으로는 희토류와 우라늄, 기업 측면에서는 리튬이 중요하다. 우라늄의 경우 국내외 모두에서 원자력 에너지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원심분리기'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원자력 개발 대국인데 이 원심분리기가 없다. 물리적 회전을 통해 핵에너지를 분리·농축하는 시설로, 미국이 이번 이란 전쟁에서 가장 먼저 타격한 시설이기도 하다. 그만큼 핵에너지 개발에 있어서 중요하다."
- 텅스텐도 과거 국내 주요 수출 품목이었던 것으로 안다. 국내 투자와 전망은 어떻게 보나.
"중국의 영향으로 한국 텅스텐 수출이 주저앉았다. 전 세계 텅스텐 생산의 70% 이상을 중국이 꽉 잡고 있는데다가 텅스텐 광산 수 자체가 매우 적다. 최근 미국의 알몬티그룹이 2000억원 가까운 돈을 영월 상동광산에 투자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이었으면 절대 그렇게 못 했을 것이다. 텅스텐 역시 각종 방위산업, 탱크, 총기 제작에 필요한 핵심 광물이기 때문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 매장량과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는데, 국제 평가 기준에 따라서 매장량과 생산량을 공시하므로 허위 공시는 불가능하다."
- 이번 중동 사태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막을 방법이 없었나.
"국내 텅스텐 시장과 마찬가지로 한국 석유화학산업 역시 중국의 저가공세로 인해 '좌초 산업'이 됐다. 생산 물량과 인건비 경쟁력을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하다. 거기에다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15년 채택된 파리협약 이후 석유화학산업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투자와 생산 비율 역시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론 기업들 입장에서도 석유화학산업은 '버려야 하는' 산업이 됐다. 협약 체결 이후 2018년 기준 배출량보다 현재 약 40% 이상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버는 돈보다 벌금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은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석유화학 제품들은 일상 속 필수품들이고 주류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사용량을 천천히 줄여나가는 방법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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