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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선왕조실록 전북에서 부활하다’ (2)분산 저장의 미학 4대 사고

기록의 길을 찾아서

기억은 한곳에 두면 언젠가는 역사 언덕너머 사라지므로

조선은 나라의 운명을 기록과 함께 나누어 지키려 했다

오백년 실록은 사고마다 또 하나의 생명을 품어 내기에

우리는 그 지혜를 따라 기록의 길 찾아 다시 걷고 있다

세종은 한글을 창제한 군주보다도 제도를 세운 임금이요

역사는 기록을 쓰는 일보다 지켜내는 일이 훨씬 어렵다

춘추관과 전주 충주 성주 사고는 나라의 기억이 되었고

기록 분산의 지혜는 시대를 넘어 오늘까지 이어져 온다

전란은 수많은 궁궐과 문화유산마저 잿더미로 삼켰으나

흩어 놓은 기록은 다시 하나 되어 조선을 일으켜 내었다

백성들의 헌신과 국가의 제도로 서로를 굳게 지켜냈으니

실록은 살아남은 기록으로서 세계유산을 살려낸 역사다

오늘은 구름 위 서버에 세상의 모든 기억을 저장하지만

중요한 데이터일수록 여러 곳에 나누어서 보관해야 한다

재난을 이겨내는 힘은 기술보다 준비된 철학에 있었으니

조선왕조실록 사고는 미래를 내다본 지혜로운 설계도다

실록은 종이에 남긴 글로서 자유언론 지켜낸 시스템이며

사고는 낡은 창고가 아닌 시간을 품어온 데이터센터였다

왕조실록 탐방은 과거의 발자취 더듬는 숨 가쁜 여정으로

기록이 지켜낸 문명을 오늘의 미래와 잇는 통로 되었다

백승기 (건축사·도시공학박사)

실록각에서 기획취재단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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