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은 자본의 몫, 시민은 고용 불안 직면… 국가가 직접 '공공 AI 인프라' 깔아야
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권력과 분배의 문제다. 산업혁명과 달리 AI는 불과 몇 년 만에 문서 작성, 번역, 코딩, 법률 검토 등 지적 노동의 핵심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 생산성이 올랐다고 다수 시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기술 혁신의 이익은 제도를 거칠 때만 다수에게 분배되었다. 제도가 부실하면 생산성 향상은 자본의 초과이윤으로 직결되고, 시민에게는 고용 불안과 임금 하락만 남는다. 상위 플랫폼 기업이 지능 인프라를 독점하고 대다수 국민은 이를 종속적으로 구독하는 ‘디지털 소작농’으로 전락할 위기다. 이제 새로운 사회 계약이 필요하다.
해법은 시혜적 성격의 복지가 아니라 ‘디지털 사회권’ 확립이다. 고품질 AI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 본인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 AI 자동화로 인한 재교육 및 전환 지원 요구권, 알고리즘의 오판과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언적 원칙을 넘어선 ‘디지털 사회권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 국가가 평생학습 체계를 재편하고 보편적 공공 AI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
국가는 민간 시장의 관찰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 도로와 전력망을 깔았듯, 이제는 ‘공공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해야 한다. 막대한 컴퓨팅 비용은 진입 장벽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지역 대학, 공공병원, 중소기업이 저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공 AI 클라우드’가 필요하다. 아울러 엄격한 감독 아래 데이터를 결합하는 ‘공공 목적 데이터 트러스트’를 설계하고,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공공 AI 서비스 이용권을 부여하는 ‘국민 AI 계정’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노동, 조세, 공정거래 정책의 전면 개편 역시 필수적이다. AI 도입 기업에 직무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절감된 비용을 노동시간 단축과 재배치에 쓰도록 강제하는 ‘노동권 보호 패키지’가 필요하다. 또한 대규모 자동화 수혜 기업과 초고수익 플랫폼에 기여금을 부과해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전직 훈련 재원으로 써야 한다. 거대 자본이 데이터와 연산 인프라를 결합해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공정거래 정책도 강력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통제받지 않는 알고리즘은 위험하다. 고위험 AI에 대한 사전 영향평가와 사고 보고를 법으로 강제하고, 공공과 초대형 민간 알고리즘의 차별성을 독립적으로 검증할 ‘국가 알고리즘 감사원’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추격 국가로 남을 것인지, AI의 공공적 활용 모델을 선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기술의 이익을 사회 전체에 배분하는 ‘공공 지능 국가’로의 전환, 이것이 다음 단계를 위해 세워야 할 헌정 질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