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지난 9월 17일 문화예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제작비 세액공제에 더해 투자금 세액공제까지 보태면 우리 영화 산업이 진짜 살아날 수 있을까. ‘문화강국’을 목표로 영화를 포함한 K콘텐츠 성장을 위해 각양각색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데 결국은 실행력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회의실에서 문화예술계와 가진 간담회에서 프랑스의 대표적 영화 지원 정책인 ‘SOFICA(소피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최 장관은 이날 기업들의 문화투자를 늘릴 방안에 대한 요청을 받고 나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이창동 감독 등과의 간담회에서 언급된 프랑스 (영화 투자금) 공제 제도를 어떻게 활성화 시킬지 연구하고 있다”며 “대통령도 검토하라고 지시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이 안 하는 것이라도 우리가 필요하면 해야 한다. 다른 나라가 잘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피카’는 프랑스에서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신인감독, 독립영화, 중저예산 영화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의 최대 40% 수준까지 세금을 감면해 주는 세제 지원 제도다. ‘뤼미에르 서밋’ 등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현지에서 연 ‘영화인과의 대화’에서 이창동 감독은 “이 제도를 통해 프랑스는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단단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이창동 감독의 고난과도 관련이 있다. 이 감독은 몇 년 전부터 영화 ‘가능한 사랑’의 제작을 추진했는데 코로나19로 영화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투자금을 모으지 못했고 결국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OTT와 지식재산권(IP) 권리를 나눠야 한다. ‘거장’ 이 감독이 그럴 정도니 다른 감독들의 영화 투자금 확보의 곤란은 더 심한 상태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 감독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메모지에 내용을 적은 뒤, “돌아가서 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에 바로 체크해 보라고 하겠다. 결과는 나중에 알려드리겠다”며 즉각적인 정책 검토를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7일 ‘영화인과의 대화’에서 이창동 감독의 정책 제안을 메모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우 전도연과 설경구다. 연합뉴스
현재 우리 정부는 영화 제작비에 대해 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는 영화·영상과 웹툰 두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즉 영화를 콕 찍어서 제작비 외에 투자금에도 세액공제를 적용해달라는 의미인 셈이다. 제작비 세액공제는 ‘만드는 사람’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면 소피카는 ‘돈을 넣는 사람’의 위험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문화산업 활성화의 적극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을 듯하다. 이중 혜택으로 작용할 수 있고 특히 문화예술 지원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논란은 문화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도 아직 일부 분야에만 적용돼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여전히 게임이나 음악, 출판 등 주요 분야는 제작비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돼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가 원래 제조업을 대상으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화계에서 ‘산업’으로 같은 수준의 세제혜택을 요구했고 결국 영화·영상은 2017년부터, 웹툰은 2026년부터 제작비 세액공제를 각각 받고 있다. 현재 공제율은 영화·영상은 최대 30%, 웹툰은 최대 15%다.
지난 9월 1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K컬처 400조, K콘텐츠 220조 비전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수 문체부 제1차관(왼쪽 여섯번째), 이재정 국회 문체위원장(〃일곱번째), 콘텐츠 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최수문기자
문화콘텐츠 업계도 최근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11개 콘텐츠 분야 협·단체는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재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후원으로 ‘K콘텐츠산업협의회’ 발족식을 가졌다. 그리고 이날 ‘K컬처 400조, K콘텐츠 220조 비전 선포식’도 열었다.
업계에서 주도적으로 나서, 앞서 정부가 발표한 ‘K컬처 400조원’ 가운데 핵심인 콘텐츠 산업에서 ‘220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취지다. 목표는 이재명 정부의 마지막 연도인 2030년 기준이다. 2025년 기준(잠정)으로 K컬처 시장은 274조 원, K콘텐츠는 162조 원 규모다. 2030년 기준 220조 원 시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매년 6.4%씩 늘어야 한다. 앞서 2024년에는 2.1%, 2025년에는 2.6%를 겨우 성장했을 뿐이었다.
협의회는 이를 위해 규제 해소 및 진흥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6대 공식 과제는 ▲ 제작비 세액공제를 문화콘텐츠 모든 분야로 확대 ▲ 모태펀드 고도화 등 금융정책 확충 ▲ 콘텐츠 산업 특성을 반영한 유연근로제 개선 ▲ 인공지능(AI) 전환 지원 및 저작권 프레임워크 구축 ▲ 콘텐츠 수요 진작 정책 강화 ▲ 대통령 직속 K콘텐츠위원회와 수출전략센터 등 통합 거버넌스 구축 및 전략적 수출지원체계 구축이다. 이들 과제는 콘텐츠업계가 그동안 요구해온 것을 집대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K콘텐츠산업협의회가 내놓은 2030년 문화콘텐츠 산업 목표치. 자료 제공=K콘텐츠산업협의회
앞서 언급됐듯이 이들 가운데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확대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협의회 측은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12개국 이상에서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 제작에 25∼40% 수준의 세액공제를 시행하지만, 우리나라는 영화·영상과 웹툰에 한정돼 있다”며 “콘텐츠 수출의 57.7%를 차지하는 게임과 수출 성장률 1위인 음악 분야가 모두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이들은 재정경제부 등 많은 부처와 조직의 반대 또는 미온적인 태도라는 장애물과 마주하고 있다.
이날 국회 문체위를 대표하는 이재정 의원과 함께 김영수 문체부 1차관도 참석해 문화산업계를 응원했다. 김영수 차관은 축사를 통해 “정부는 창작자가 마음껏 도전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산업환경을 조성해 해외 진출과 신기술 대응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수문의 문화수도에서] 글로벌 문화수도 ‘한국’에서 전개되는 문화 현상을 살펴보고 진정한 문화수도가 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을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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