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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쟁에 밀린 ICT 현안들... 방송과 IT, 이제는 떼어 놓고 볼 때다

상임위가 열려도 IT, 통신, AI 진흥 관련 법안이 핵심 안건으로 깊이 있게 다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자칫 속도와 유연성이 생명인 진흥 기관들이 규제 중심의 조직 문화에 편입되면, 이제 막 크기 시작한 IT...

정쟁에 밀린 ICT 현안들... 방송과 IT, 이제는 떼어 놓고 볼 때다

유도진 극동대학교 해킹보안학과 교수

상편과 중편에서 다룬 현장의 고민은 꽤 구체적이다. 실무자들은 빅테크 종속을 피할 데이터 밑작업을 고민하고, 통신망 보안 단가를 현실적으로 맞추려 애쓰며, 굳어진 발주 관행 속에서 전문성을 지킬 우회로를 찾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과제들이 현장에서만 반복될 뿐, 이를 제도와 예산의 우선순위로 끌어올릴 정책 구심점은 좀처럼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하편에서 짚어야 할 것은 왜 ICT 현안이 늘 뒤로 밀리는가 하는 구조의 문제다.

■ 방송 이슈에 밀리는 ICT 현안

요즘 정보통신 업계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방위를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다. 상임위가 열려도 IT, 통신, AI 진흥 관련 법안이 핵심 안건으로 깊이 있게 다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는 방송 주도권이나 미디어 규제를 둘러싼 여야 대치에 쏠려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술적인 이해와 세밀한 조율이 필요한 인공지능 관련 법안이나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실무 법안들은 제때 논의되지 못한다. 미디어 이슈가 워낙 폭발력이 크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보니, 정당 입장에서 그쪽에 화력을 집중하는 현실 자체를 무조건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랫동안 정책을 자문하고 법안의 뼈대를 다듬어 온 실무 전문가들이 “아무리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다 줘도, 정치적 쟁점이 아니면 뒷전으로 밀린다”고 털어놓는 대목은 뼈아프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설 자리가 그만큼 좁아졌다는 뜻이다.

■ 규제 기능과 진흥 기능, 함께 묶기 어려운 이유

이런 엇박자는 최근 거론되는 정부 조직 개편 논의에서도 엿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 방송과 미디어를 규제하는 위원회 조직 산하로, 현재 과기정통부 소속인 KISA나 NIA 같은 기관들을 넘기려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업무를 통합하겠다는 나름의 의도일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방향이 맞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디어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따지는 업무와, AI나 클라우드 같은 신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업무는 애초에 성격이 다르다. 자칫 속도와 유연성이 생명인 진흥 기관들이 규제 중심의 조직 문화에 편입되면, 이제 막 크기 시작한 IT 정책들이 획일적인 잣대에 묶여 둔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걱정이다.

■ 2016년 AIRI의 기억, 현장 검증이 필요한 이유

국가 정책이 현장이나 실무 전문가의 꼼꼼한 검증 없이 굴러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과거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무렵, 국내에서도 AI 열풍이 불었다. 당시 수백억 원 규모의 국가 예산과 기업 출연금이 투입되는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설립 추진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당시 이 구조의 맹점을 짚어낸 것은 현장 사정을 잘 아는 정책 실무자들이었다.

이들이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끈질기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동을 걸면서 엉뚱한 곳으로 예산이 흘러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상편에서 언급했던 ‘국가 AI 연구소’ 같은 굵직한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실무진의 꼼꼼한 감시가 뒷받침되어야만 본래 목적대로 굴러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 진흥 전담 부처 논의를 다시 꺼낼 때

업계 실무자들과 원로들이 모이면 종종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단순히 과거가 좋았다는 향수만은 아니다. 지금처럼 방송 규제와 IT 진흥이 한 지붕 아래 묶여 있거나 여러 부처로 기능이 흩어져 있는 구조에서는, 앞으로도 IT 현안이 계속 정치적인 규제 이슈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 정통부 시절로 똑같이 돌아가는 게 유일한 정답은 아닐 것이다. 시대가 변한 만큼 융합 부처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적어도 방송과 미디어 규제는 그에 맞는 위원회에 떼어 맡기고, 순수하게 IT, 통신망, AI, 데이터를 키우는 일은 전담 부처가 독립적으로 끌고 나가는 그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조직 명칭 자체가 아니라, ICT 진흥 과제를 정치적 규제 이슈와 분리해 지속적으로 책임질 정책 축이 실제로 작동하느냐다. 현장의 엔지니어들은 당장의 데이터를 변환하고, 낡은 법과 제도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든 통신망을 구축하며 묵묵히 땀 흘리고 있다. 이들의 고군분투가 온전히 결실을 맺으려면, 멈춰 있는 정책 거버넌스가 이제는 현장의 속도에 조금이라도 발을 맞춰야 할 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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