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이른바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을 25조원 규모로 편성하고, 동시에 국채를 1조원 상환하는 패키지 정책을 추진한다고 31일 밝혔다.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보다 법인세가 많이 걷히면서 ‘빚 갚는 추경’을 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생겼다.
30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날 정부는 중동 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 규모는 26조2000억원이다. 이 중 재정 지출이 25조2000억원, 국채 상환이 1조원이다. 정부가 ‘빚 갚는 추경’을 하는 것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 추경을 34조9000억원 규모로 하면서 국채 2조원을 상환했다.
재원은 많이 걷힌 법인세·증권거래세
추경과 국채 상환 재원은 예상보다 많이 걷힌 법인세와 증권거래세다. 정부는 추경과 동시에 올해 세입을 415조4000억원으로 본예산(390조2000억원) 대비 25조2000억원 증액하는 경정(更正)을 했다. 정부는 다음 해 세수를 미리 예상해 예산을 편성하는데, 실제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히거나 덜 걷히면 이를 고치는 경정을 한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 수입이 101조3000억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14조3000억원 더 걷힐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거래세는 10조6000억원으로 5조1000억원 더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증권거래세·취득세·종부세에 일정 비율로 붙는 농어촌특별세도 13조6000억원으로 예상보다 5조1000억원 추가로 걷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경 40%는 지방정부로
이번에 정부는 25조2000억원 중 약 38%(9조7000억원)를 지방정부로 내려보낸다. 국가재정법 90조에 따르면, 정부는 초과 세수를 국채 상환과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에 우선 쓰고 남은 돈으로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우선 배정은 지방교육세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 법에 따라 내국세의 일정 비율(약 40%)은 지방에 무조건 내려보내야 한다.
남은 15조5000억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5조원은 지난 13일부터 시행 중인 석유 최고 가격제로 손실을 본 정유사 수익 보전에 들어간다. 또 4조8000억원은 소득 하위 70% 이하 국민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으로 지급된다. 아울러 중동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기업 지원에 1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재정 지출 증가율 다시 두 자릿수로
이번 추경으로 올해 본예산 기준 재정 지출 증가율은 작년 본예산 대비 8.1%에서 11.8%로 상승했다. 재정 지출 증가율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2년 코로나 추경을 62조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21.8%까지 확대된 후 2023~2025년에는 한 자릿수였다가, 다시 두 자릿수로 확대됐다.
재정 지출 확대에도 국채 상환으로 국가 채무는 1412조8000억원으로 본예산 대비 1조원 줄어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1.6%에서 50.6%로 하락한다.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107조6000억원 적자가 된다.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107조8000억원이었는데 적자가 2000억원 줄어드는 것이다.
한편, 이번 추경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추경이다. 1차 추경은 31조8000억원 규모 작년 7월 국회를 통과했다. 추경 금액 중 절반에 가까운 13조9000억원이 국민 1인당 평균 1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데 들어갔다. 이재명 정부 출범 10개월 간 두 차례 추경 편성 금액은 58조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