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인터넷이나 전기처럼 혁명적 기술이 되어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과 인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강하다. 그런데 왜 많은 기업과 국가들은 AI 경쟁을 멈추지 못할까. 이는 군비 경쟁과 자본조달 경쟁, 미·중 패권 경쟁, 국가자본주의적 성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첫째, AI 경쟁은 진화론적으로 군비 경쟁에 가깝다. 경쟁자의 투자가 곧 나의 생존을 위협한다. 승자독식 게임이다. AI의 발전으로 빅테크 기업 간 영역 구분이 흐려지고 상호 침범이 이루어진다. GPU 구매자인 하이퍼스케일러와 판매자인 엔비디아도 데이터센터 사업과 칩 개발을 놓고 경쟁구도가 형성된다. AI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규제나 일시 멈춤이 경쟁자 간에는 불가능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드론 경쟁을 보자. 드론의 자율운항과 작전통제, 장거리 폭격 능력, 상호교신 능력에서 우열이 바뀌는 순간 전쟁 양상도 달라진다.
둘째, 자금조달 경쟁이다. 채권시장 경색과 미국 재무부의 국채시장 개입의 배경이기도 하다. 주식시장과 실물투자뿐 아니라 채권시장도 AI에 좌우되는 상황이다. AI 투자가 기업 현금흐름으로 감당할 수 있는 단계를 넘었다. AI 투자에도 금융화와 금융공학이 작동한다. 데이터센터 사업에 상호금융과 공급자금융, 사모신용과 자산유동화가 활용되면서 자금조달 구조가 복잡해졌다. AI와 데이터센터 투자에 거품이 끼었다는 우려도 지속된다. 고금리 상황에서 언제까지 부채에 의존한 투자 경쟁을 지속할 수 있을까. 투자의 매몰비용과 레버리지는 커지고 위험부담 주체가 불확실해 시장 불안 요인이 서로 얽히고 있다. 과잉과 열광에도 끝은 있다.
셋째, 미·중 전략 경쟁이다. 트럼프는 “AI에서 이기는 자가 (결국) 이긴다”, 베선트는 “중국이 AI 경쟁에서 이기게 되면, 다음날은 없다”고 한다. 중국 역시 AI 속도조절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중국을 2등에 동결시킬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양국은 AI 위험관리를 위한 대화채널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협력 필요성과 전략적 불신이 동시에 존재한다. 안전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를 마련하려면 세계 정부가 있어야 하는데, 미·중을 한자리에 불러놓고 조정하고 중재할 주체가 없다. 설령 합의가 이루어져도 상대방의 이행을 신뢰할 수 없다면 무의미해진다. 핵 군비통제에는 검증·감시체제가 작동했지만, 데이터와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로 이루어진 AI에서는 이를 구현하기 어렵다.
넷째, 국가자본주의적 경향이다. AI 혁신을 이끌고 있는 것은 기업이지만, 필요한 자원은 훨씬 더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송전망, 발전소, 토지, 물, 인재, 막대한 금융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AI 도입과 활용에 앞장서고 소버린 AI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혁명적 기술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상황이다. AI가 초래할 부정적 파장을 해결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정부를 억누른다. 이에 따라 기술 개발과 AI 생태계 조성은 물론, 일자리 대체와 소득격차 완화, 개인정보 보호, 독점 방지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개입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은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 생존과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첫째, 거대 전환은 본질적으로 공정하기 어렵다. 기술혁명은 승자와 패자를 만든다. 전환을 남보다 빠르게 하고 과정의 공정성도 능숙하게 관리해야 한다. 둘째, 상방의 기회와 하방의 위험이 동시에 커졌다. AI 발전이 예상보다 빠르게 지속되는 경우와 막대한 투자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시장이 급변하는 경우를 함께 대비해야 한다. 셋째, 반도체와 제조업, 통신망, 원전, 전력기술 등 우리의 강점을 AI와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극화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AI 하드웨어와 소버린 AI 분야에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된다면 입지를 넓힐 수 있다. 넷째, 정부의 과정 관리, 균형추 역할이 중요하다. AI 전환의 선두에 서 있지만, 글로벌 속도를 우리가 조절할 수는 없다. 편중과 격차를 관리해야 한다. 참고할 사례도 없다. 스스로 균형과 조화를 찾아가야 한다.
AI 전환은 기술과 자본, 에너지와 국가안보가 결합된 거대한 전략 경쟁이다. 위험을 가장 잘 관리하면서 가장 빨리 가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AI 경쟁의 본질이다. AI를 둘러싼 국가와 기업 간 쟁투 상황을 보면서, 세상의 변화 방향과 한국의 위치를 가늠하게 된다.
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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