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포스코 등에 이어 LG전자도 정년 이후에도 독자적인 기술을 가진 숙련 인력을 계속 활용하는 ‘재고용 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이제 정년 후 재고용의 바람이 산업계 전반에 확산될 조짐이다. 기업들은 숙련 인력을 재고용할 경우 기존의 업무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점에서 반기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양면성도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일률적 정년 연장에 매이지 않고 숙련 인력을 재고용해 기술 전수와 생산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명장’을 중심으로 퇴직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시니어 트랙’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기술전문가(HE) 제도를 도입했다. 자동차·철강·조선 업체들도 재고용을 통한 생산 안정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퇴직 후 숙련 인력 재고용을 늘리는 것은 법정 정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으로 보인다. 당정이 추진 중인 ‘65세 법정 정년 연장’은 고령층 다수의 소득 공백 해소보다는 일부 보호받는 집단의 혜택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부작용도 있다. 특히 청년 고용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면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숙련 인력 재고용을 고집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전문, 기술직의 한계 때문으로 짐작된다. 신입 사원이나 어느 정도 기술력이 있는 30~40대라 하더라도 그 직종에 30~40년 넘게 일한 정년 퇴직자의 기술력을 쉽게 따라잡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이런 기술력을 가진 전문 숙련 인력을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후 고령층 근로자가 1명 늘 때 청년층 근로자는 최대 1.5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정년 의무화 이후 7년 만에 청년 고용이 12% 줄었다는 노동연구원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이 문제는 장점과 단점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정년 연장 문제는 세대 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리는 난제 중의 난제다. 민주당인 여당이 제시한 ‘단계적 법정 정년 연장’ 틀에만 매달려서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세대 간 고용 배분, 노동시장 이중 구조, 기업 부담, 산업 경쟁력 등 복합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세대간 갈등을 키우고 기업 부담만 가중시키는 제도라면 지속 가능한 해법이 아니다.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합리적 보상 체계부터 만들고 기업이 정년 연장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냥 쉬었음’ 상태에 머물며 노동시장 진입조차 어려운 청년층과의 상생 방안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고령자 고용 대책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더욱이 정년 후 재고용처럼 임금·직무 재설계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고용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업과 정년퇴직 숙련 인력이 오래 일할 수 있고, 청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묘안이 나온다면 최상의 해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정년퇴직 숙련 인력 재고용 제도를 계속 고집하는 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요원해 보인다.
경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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