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조선·방산 넘어 AI 인프라 기업 전환 속도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바다로 향하는 AI 서버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HD현대>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그룹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과 전력, 에너지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AI 시대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가 향후 플로팅 데이터센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 회장, HD현대 AI 전환 가속…미래 인프라 판 키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최근 조선·전력기기·에너지 사업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하며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제조업 중심 구조를 넘어 AI 시대 핵심 인프라 공급자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그동안 AI와 데이터 기반 경영 체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1월 열린 ‘2026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는 글로벌 에너지·첨단 기술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AI 중심 산업 전환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데이터 기반 운영 혁신과 산업 AI 적용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강화에 집중했다.
실제 정 회장은 다보스포럼 기간 세계적 엔터프라이즈 AI 기업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이하 팔란티어)의 창업자 겸 CEO인 알렉스 카프와 만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HD현대는 기존 조선 분야 중심 협력을 넘어 전력기기·로보틱스·해양 서비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 전반으로 AI 협력 범위를 넓혀 디지털 전환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력 확대에는 HD현대일렉트릭 전력 인프라 데이터 분석, HD현대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HD현대마린솔루션 선박 유지보수·운항 데이터 고도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업무 효율화를 넘어 그룹 전체를 AI 기반 산업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HD현대는 팔란티어와 공동으로 ‘센터 오브 엑설런스(CoE·Center of Excellence)’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임직원의 고급 데이터 분석 및 AI 활용 역량을 체계적으로 내재화하고 생산·설계·운영·정비 전반에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조선 부문에서는 AI 기반 자율운항과 디지털트윈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지난달 미국 해군연구청(ONR) 연구 과제를 수주해 AI 기반 함정 성능 개선 및 건조 생산성 향상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국내 조선사가 미군 ONR의 연구 과제를 수주한 건 처음이다. HD현대가 조선업의 전통적 제조 경쟁력을 넘어 ‘AI 기반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력과 에너지 사업 역시 AI 시대 수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기기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북미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용 전력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며 수주 확대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플로팅 데이터센터 주목…조선·엔진·전력 새 성장축
HD한국조선해양은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 증가에 맞춰 엔진 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자체 발전 설비 구축에 나서면서 높은 가격과 긴 납기의 가스터빈 대신 육상 발전용 엔진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에이페리온 에너지 그룹(AEG)과 선박엔진 ‘힘센(HiMSEN)’ 기반 발전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6271억원으로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발전용 엔진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분산형 전원 수요 증가가 HD현대 엔진 사업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향후 ‘플로팅 데이터센터(Floating Data Center)’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경우 HD현대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플로팅 데이터센터는 바다 위 부유체나 해양 플랫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개념으로 조선·해양플랜트 기술과 전력 인프라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는 차세대 AI 인프라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바다로 옮기려는 이유는 급증하는 AI 인프라 수요를 기존 육상 시설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기준 약 190개 수준으로 집계되며 오는 2030년까지 3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형 데이터센터를 육상에 구축할 경우 막대한 부지 비용과 건설비가 필요하고 소음·발열 문제로 지역 주민 반발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반면, 플로팅 데이터센터는 부지 확보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해 건설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건축 비용을 기존 대비 약 30~40%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차가운 해수를 냉각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육상 데이터센터는 전체 소비 전력의 약 40%를 냉각에 사용하고 있는데 해수 냉각 기술을 적용할 경우 에너지 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기술력과 엔지니어링 역량 측면에서 플로팅 데이터센터를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은 충분하다”며 “타사와 비교해 이를 운영하기 위한 파워십(Powership)은 ‘힘센’ 엔진 기반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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