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 한 달, 증시 840조 증발…코스피 12% 급락의 후폭풍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515.7원)보다 4.2원 오른 1519.9원에 개장한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5277.30)보다 133.55포인트(2.53%) 하락한 5143.75에 출발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1107.05)보다 7.97포인트(0.72%) 내린 1099.08에 거래를 시작했다. 2026.03.31.
이란 전쟁 여파로 3월 한 달간 국내 증시 상장사 시가총액이 약 840조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심리 급랭과 기술주 약세가 겹치며 지수와 대형주가 동시에 흔들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3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외국주 포함)은 4347조9260억 원으로, 전쟁 발발 직전 거래일인 2월 27일(5146조3731억 원) 대비 798조4470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은 655조2988억 원에서 612조7928억 원으로 42조5059억 원 감소했다. 두 시장을 합한 감소액은 840조9529억 원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2월 26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코스피 6,307.27) 당시 5199조9615억 원까지 불어난 바 있다. 그러나 전쟁 직후인 3월 3일 하루에만 376조9396억 원이 빠졌고, 4일에는 지수가 12.06%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574조4866억 원 증발, 4194조9468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대형 반도체주의 낙폭이 컸다. 3월 3일부터 30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감소분은 371조9574억 원으로 전체 감소액의 44.2%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월 27일 1281조6016억 원에서 1043조6321억 원으로 18.6%, SK하이닉스는 756조1772억 원에서 622조1891억 원으로 17.7% 각각 줄었다.
중동전쟁 장기화 우려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진 데다, 최근 구글이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 ‘터보퀀트’를 공개하면서 메모리 수요 둔화 가능성이 부각된 점도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전쟁발(發) 유가·물가 압력, 금리 불안, 기술 변수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는 한 달 새 기록적인 시총 감소를 겪었다. 투자자들은 지정학 리스크의 실물·금융시장 파급을 동시에 체감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중동 불안 여파… 주담대 고정금리 7% 돌파, ‘영끌’ 상환 부담 급증
서울시내 은행 창구.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29일 기준 주요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섰다. 고정금리가 7%를 돌파한 것은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국내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다.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물가가 오르면서 채권금리가 뛰었고, 이는 곧바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동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고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7%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출자들의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은행에서 6억 원을 빌릴 경우 월 이자만 400만 원을 넘는 수준이다. 특히 2021년 부동산 과열기에 대출 한도까지 자금을 끌어쓴 이른바 ‘영끌족’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5년 주기형 고정금리 상품으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금리 재산정 시점에 상환액이 크게 늘어난다. 6억 원 대출 기준, 최저금리를 적용해도 월 상환액이 약 47만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4월 1일부터 대출금액이 클수록 은행의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금 부담이 커지도록 산정 방식이 개편된다. 이에 따라 고액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동 변수 커지자…산업장관 “차량 5부제 넘어선 조치도 가능”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인근 도로에서 유조차가 지나가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공공기관 중심으로 시행 중인 차량 5부제보다 강도 높은 조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1일 KBS 뉴스광장에 출연해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5부제뿐 아니라 더한 조치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기관을 포함해 자발적으로 차량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에 동참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와 관련해선 “ℓ당 1900원이 넘는 기름값도 서민과 취약계층에겐 충분히 부담”이라며 “국민 부담을 덜 방향으로 최대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가격제가 과도한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원유 수급과 국민 부담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일부 주유소의 가짜 석유 판매, 저가 재고의 고가 판매 사례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정유사 공급 가격에 맞춘 판매를 당부했다.
비축유 방출 시점에 대해선 “국내 원유 부족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방출할 계획”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4월 말이나 5월쯤 상황을 보고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우려와 관련해서는 “플랜 A·B·C 등 복수의 대응책을 갖고 있다”며 장기화 시 정부·기업·국민이 함께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나프타 수출 통제가 무역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각국과의 협력과 국내 수급 안정 사이에서 상황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위기가 기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과도한 불안을 자제하고 차분한 경제활동을 당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