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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쟁이 '줍줍' 타이밍? 주식 호황 뒤 씁쓸한 풍경

직장인 강모(28)씨도 "전쟁 소식에 '이때다' 싶어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를 조금 담았는데 수익이 꽤 쏠쏠했다"며 "수익률을 보고 '더 샀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을 느끼는 순간, 전쟁을 돈벌이로 여긴 것 같아 마음이...

전쟁이 '줍줍' 타이밍? 주식 호황 뒤 씁쓸한 풍경
미·이란 전쟁에 방산주 급등세 반색
"찜찜하지만 '더 살 걸' 아쉬움" 고백
"이윤 넘어 사회적 가치도 고려해야"
1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미국·이란 전쟁 관련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아서 방산주에 들어갔어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대학생 심모(25)씨는 종잣돈 1,000만 원으로 방위산업체 LIG넥스원 주식을 주당 약 50만 원에 매수했다.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면서 아랍에미리트(UAE)에 배치된 국산 방공무기 '천궁-Ⅱ'가 주목받던 시점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이튿날 전쟁이 터지고 LIG넥스원 주가가 폭등해 심씨는 단숨에 400만 원이 넘는 차익을 손에 쥐었다. 심씨는 12일 한국일보에 "전쟁은 투자 기회"라며 "(먼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이) 우리 삶과 크게 상관없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먹고살 길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너나없이 주식 투자에 뛰어들면서, 이젠 인류의 비극인 전쟁마저 매력적인 '투자 이벤트'로 소비되고 있다. 이란 초등학교에 미군 미사일이 떨어져 학생과 교사 175명이 폭사했다는 소식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선 "방산주 보유자 축하드린다" "방산 덕에 아이 계좌 9,000만 원 찍었다"며 방산주 급등세에 반색하는 글이 잇따랐다. 방산 대장주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을 소재로 투자를 독려하는 듯한 인공지능(AI) 합성 밈(Meme·유행 콘텐츠)까지 등장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코스피가 역대 최대 폭으로 폭락해 5,100선마저 내준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도 자산 증식 욕망에 밀려난다. 국내외 정세를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할 것인가에 앞서 개인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미칠 영향을 먼저 계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대학원생 홍승주(25)씨는 "어느 순간부터 뉴스에 나오는 모든 사건을 투자자 관점으로 보게 됐다"며 "최근 전쟁 소식을 들었을 때도 안타까움보다 '방산주'가 먼저 떠오르는 나 자신을 보며 가끔 낯설고 회의감이 들었다"고 자조했다. 직장인 강모(28)씨도 "전쟁 소식에 '이때다' 싶어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를 조금 담았는데 수익이 꽤 쏠쏠했다"며 "수익률을 보고 '더 샀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을 느끼는 순간, 전쟁을 돈벌이로 여긴 것 같아 마음이 찜찜했다"고 털어놨다.

투자에 유리하다면 전장에서 속출하는 민간인 피해와 유가 폭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쯤은 무시해 버리는 자본가적 시각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투자를 잠시 쉬고 시장을 관조하고 있다는 송준영(25)씨는 "전쟁마저 '호재와 악재'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것 같아서 두려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송씨는 "전쟁은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비극인데 주변에서 '기회다' '원유 관련주에 미리 들어갔어야 했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코스피 5,000 달성 이후 다들 주가에 대한 욕망이 너무 커져 비이성적 과열 상태에 이른 것 같다"고 짚었다.

지난달 28일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에서 구조대와 주민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파괴된 여자 초등학교 잔해 속해서 희생자를 수색하고 있다. 미나브=AP 뉴시스

전문가들은 투자 행위가 지닌 사회적 의미와 최소한의 윤리 의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기간 정체됐던 주식시장과 고공행진 중인 부동산 가격 등 '경제적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답답함이 누적된 결과"라면서도 "타국의 전쟁이나 참사 앞에서 전광판 위 주가 움직임에 먼저 눈길을 빼앗기는 현상은 분명 지적받아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 사회가 오직 이윤만으로 지탱될 수는 없다"며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같은 보편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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