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입증된 ‘천궁-2’...중동 방공망 핵심으로
LIG넥스원 요격미사일 수요 급증...중층 이어 상층까지
이란 전쟁 후 주가 66% 급등했지만...증권가 "더 오른다"
매출 매년 10% 이상 성장할듯...2028년 7조원 전망
LIG넥스원의 천궁-2(M-SAM2)가 발사되는 모습. 사진 제공=LIG넥스원
약 3400년 간 기록된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250~300년에 불과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펼쳐진 것처럼, 갈등은 언제 어디서 또 다시 발발할지 모른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패권경쟁에 따른 세계 대전이 우리 세대에 터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하나 확실한 건 전세계 국가들이 이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려는 각국의 국방비 증액, 자주국방 전환, 무기 수입 확대 등으로 명확해지고 있다.
증권가는 글로벌 방산 수요가 한국 기업의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옛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가 대표적이다. 미사일, 장갑차, 탱크, 등을 유럽·중동으로 대거 수출한 기업들이다. 대규모 양산 체계를 갖췄으며 해외 기업보다 짧은 납기와 높은 생산 유연성이 강점이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LIG넥스원은 이란 전쟁 발발 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방산기업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2(M-SAM2)’가 실전 역량을 입증한 게 기폭제가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의 주 수출처가 유럽이라면 LIG넥스원은 중동이다.
천궁-2는 이번 이란 전쟁에서 처음 실전 가동됐다. 각국이 방공망 체계를 정교화함에 따라 천궁-2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격미사일은 글로벌 생산량에 한계가 있기에 LIG넥스원 실적은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밝게 점쳐진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0.48% 오른 83만7000원으로 출발했다. 전쟁 발발 직전이었던 2월 27일 50만3000원에서 전날 83만3000원으로 65.51% 급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4.29%, 한국항공우주는 3.53%, 현대로템은 –6.14%다.
증권사들의 LIG넥스원 목표주가는 계속 상향 중이다. 지난달 50만~70만원 선에서 이달 100만원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DB증권 120만원, SK증권 115만원이다.
9일 오후 2시 43분 기준 LIG넥스원 주가. 이란 전쟁 발발 후인 3월부터 급등했다. 사진=네이버 금융
끝나지 않는 전쟁
간밤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공격하기 위해 레바논에 최대 규모의 맹공을 퍼부었다. 이란 측은 즉시 반발하며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를 위반한다면 합의를 철회하겠다고 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 TV는 일시적으로 열렸던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헝가리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전 취재진에게 "솔직히 말해 그들이 합의 약속을 깬다면 심각한 대가들(consequences)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인류 역사 전체로 보면 세계화는 특정 패권 안정기와 제도적 합의 하에서만 유지된 예외적이고 짧은 국면이었다"며 "세계 2차 대전 및 냉전 체제 이후 지난 몇십 년 간의 ‘긴 평화’는 이례적인 기간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대와 탈세계화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채운샘 하나증권 연구원은 “종전 이후 중동의 방산 수요는 군비지출 확대, 무기수요 증가, 비미국 공급선 병행 가능성 확대라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LIG D&A(LIG넥스원)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서 무기 사업을 수주했다. 중층 방공체계 수요 확대, 요격미사일 재고보강 필요성을 고려할 때 신규 국가 수주 및 추가 물량 확보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다중 요격체계. 사진=아산정책연구원
천궁-2 수요 폭발
채 연구원은 중동 국가들이 이란 전쟁을 통해 ▲자국 영토와 핵심 산업시설이 직접 전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 ▲고가·고성능 방공체계만으로는 대량의 저가 드론 공격을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했다고 봤다.
따라서 향후 군사기지뿐만 아니라 석유화학단지, 발전소, 항만, 공항, 해협 등 국가 핵심 인프라를 방호하기 위한 대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패트리어트 같은 중층 방공체계뿐만 아니라 저가 요격체계와 하층 방공망을 포함한 다층 방공 구조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천궁-2는 이 다층 방공망의 현실적인 중간층으로서 중동 수요와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무기다. 다기능 레이다(MFR)를 통해 중·저고도 방어 임무를 수행하며 전방위 동시 교전이 가능하다. 재진입 단계의 고속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기능까지 보유하고 있다.
UAE 국방부에 따르면 천궁-2는 95%가 넘는 요격률을 기록했다. 지난 5일 기준 천궁-2가 포함된 UAE 방공 포대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507발 중 486발(95.9%)을, 순항미사일은 24발 중 24발(100%)을, 무인기는 2191기 중 2101기(95.9%)를 요격했다.
한승한 연구원은 “천궁-2는 패트리엇·THAAD(고고도미사일) 중심의 기존 방어망을 한 번에 대체하기 보다,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우고 주요 시설 주변에 다수 배치할 수 있는 중간층 보완재로서 가치가 크다"며 “제한된 글로벌 요격미사일 공급 캐파 속에서 이번 전쟁을 통해 실전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게 된 천궁-2에 대한 수요는 급상승할 전망”이라고 봤다.
LIG넥스원의 주요 제품과 매출 비중. 지난해 기준으로 정밀유도탄약(PGM) 47.2%, 지휘통제통신(C4I) 24.7%, 항공전자·전자전(AEW) 13.1%, 감시정찰(ISR) 12.1% 순이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천궁-2만 있는 게 아니다
LIG넥스원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천궁-2를 비롯한 PGM(정밀유도탄약) 사업이다. 지난해 총 4조3069억원 중 47.2%(2조335억원)이 PGM이다. 이어 C4I(지휘통제통신) 24.7%, AEW(항공전자·전자전) 13.1%, ISR(감시정찰) 12.1% 순이다.
전체 매출은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컨센서스는 올해 4조9881억원(전년 대비 15.81%↑), 내년 5조9130억원(18.54% ↑), 오는 2028년 6조6916억원(13.17% ↑)이다.
LIG넥스원은 천궁-2 뿐 아니라 각종 방공무기 체계를 두루 갖추고 있다.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인 '신궁'은 적 항공기나 소형 헬기로부터 야전군 주요 군사시설을 방어하는 무기다.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마'는 중·저고도 항공기 공격에서 기동부대와 주요 시설을 방어한다. 장거리급 지대공 유도무기(고고도)는 탄도탄과 항공기를 요격한다. 심지어 장사정포 요격체계도 갖춰서 수도권 핵심 지역과 주요 시설을 방호하고 있다.
이외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 해군과 해병의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 지대함 유도무기 '비궁', 대함·방어유도탄 '해궁', 함대함 유도무기 '비룡' 등을 보유했다.
한 연구원은 중동이 장기적으로 상층 방어까지 한국형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L-SAM(한국형 사드)와 감시정찰, 지휘통신의 수출 가능성도 상당히 높게 본다.
그는 “현대전에서 최우선 순위는 ISR과 C4I이며, 이 둘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공무기체계는 효용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동사(LIG넥스원)는 이 중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최우선순위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기에 리레이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IG넥스원의 정밀유도무기. 사진=LIG넥스원
LIG넥스원의 해양무기. 사진=LIG넥스원
중동 수출 확대 전망
LIG넥스원은 지난 2023년 사우디와 4조3000억원 규모의 천궁-2 10개 포대 판매 계약을 맺었다. 사우디는 L-SAM 8개 포대를 추가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논의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UAE와는 지난 2022년 2조6000억원 규모의 천궁-2 10개 포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3개 포대를 납품했다. UAE는 천궁-2 추가 구매를 대한민국 정부에 긴급 요청한 상태다. L-SAM도 빠르면 연내 구매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와도 지난 2024년 천궁-2(8개 포대·3조7000억원) 계약을 맺었고 이 중 3개 포대가 납품됐다.
한 연구원은 "상기 국가들 외에도 이집트, 쿠웨이트, 카타르, 모로코 등 여러 MENA 지역 국가들이 이란 전쟁 이전부터 천궁-2 도입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국내 양산 사업 진행 중인 L-SAM 또한 기존 예상보다 빠른 수출 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사의 수주 모멘텀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서재호 DB증권 연구원은 "2026~2028년은 M-SAM2(UAE, 사우디, 이라크) 수출의 매출 인식이 오버랩되는 구간으로 수출 사업의 실적 기여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중동의 방공 리스크 확대에 해당 국가들로 포대 배치 이후 탄약 인도가 당겨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봤다.
이어 "염가형 드론에 대응하기 위한 방공 무기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에, '가성비' 측면에서 글로벌 Peer(동종업계) 중 가장 경쟁력이 높은 동사(LIG넥스원)의 유도무기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M-SAM(천궁-2) 매출 추정치. 사진=D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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