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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자담배, 규제는 늦고 시장이 앞섰다 ④ 첫 사용을 막는 방어선]첫 흡연 중학교 초기에 집중…예방교육은 더 일찍해야

청소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 갑자기 담배를 접하는 것은 아니었다. 첫 경험은 중학교 초기에 집중됐고 한 번이라도 담배제품을 경험한 비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졌다.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고등학교 3학년생 4명 중 3명 이상은 일반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도 함께 사용했다.

[전자담배, 규제는 늦고 시장이 앞섰다 ④ 첫 사용을 막는 방어선]첫 흡연 중학교 초기에 집중…예방교육은 더 일찍해야

같은 학생 7년 추적…담배 경험률 초6 0.35%→고3 11.93%

액상형 첫 경험 평균 13.5세…고3 사용자 77.2% 다른 담배도

청소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 갑자기 담배를 접하는 것은 아니었다. 첫 경험은 중학교 초기에 집중됐고 한 번이라도 담배제품을 경험한 비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졌다.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고등학교 3학년생 4명 중 3명 이상은 일반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도 함께 사용했다.

학교에는 흡연예방교육과 금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담배를 처음 접하기 전에 교육이 이뤄지는지, 이미 시작한 학생에게 제품과 니코틴 의존 정도에 맞는 지원이 제공되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이런 사실은 질병관리청의 ‘제7차 연도(2025년) 청소년건강패널조사’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 등에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 조사는 같은 학생을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7년간 추적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담배를 사용한 시기와 주변 환경을 살폈다. 전자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나타난 변화를, 후자는 첫 사용 시기와 구입 경로·또래 영향 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서로 보완된다.

◆고교 진학 때 경험률 증가폭 가장 커 = 질병관리청은 2019년 당시 전국 초등학교 6학년 5051명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건강행태 변화를 추적했다. 이번 결과는 이 가운데 고등학교 3학년까지 7차례 조사에 모두 참여한 3756명을 분석한 국가승인통계다.

담배제품 경험률은 초등학교 6학년 때 0.35%였다. 중학교 1학년 0.56%, 2학년 2.01%, 3학년 3.93%로 늘었다. 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6.83%, 2학년 9.59%, 3학년 11.93%까지 높아졌다.

증가폭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올라갈 때 0.21%p에 그쳤지만 중학교 2학년 진급 때 1.45%p, 3학년 진급 때 1.92%p로 커졌다.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올라갈 때는 2.90%p로 가장 컸다. 고등학교 2학년 진급 때도 2.76%p 증가했다. 중학교에서 담배를 접하기 시작한 뒤 고등학교 진학 전후에 경험자가 더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다만 이는 학년별 신규 사용자가 아니라 조사 시점까지 한 번이라도 담배를 사용한 학생을 누적한 수치다. 따라서 11.93%를 고등학교 3학년 때 새로 담배를 시작한 비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최근 사용도 늘었다. 조사 직전 30일 동안 하루 이상 담배제품을 사용한 비율은 초등학교 6학년 0.01%에서 고등학교 3학년 5.30%로 높아졌다. 과거에 한두 번 호기심으로 사용한 경험만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액상형으로 시작한 청소년 86.3%가 가향제품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전국 중·고등학생 3384명을 무작위로 뽑아 온라인으로 설문조사했다. 담배 경험과 최초 사용 시기, 구입 경로, 친구의 영향, 예방교육 경험 등을 물은 결과 첫 흡연은 중학교 초기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도 담배를 경험한 학생들의 첫 사용 연령은 일반담배 평균 13.4세, 액상형 전자담배 13.5세로 나타났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평균 14.3세였다. 이는 전체 청소년의 평균이 아니라 각 제품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학생이 처음 사용한 나이의 평균이다. 고등학교에서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늦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액상형 전자담배 경험률도 중학교 진학 뒤 뚜렷하게 높아졌다. 초등학교 6학년 0.04%, 중학교 1학년 0.10%에서 중학교 2학년 0.89%, 3학년 2.09%로 늘었다. 고등학교 1학년에는 4.44%, 3학년에는 8.99%까지 올랐다.

과일이나 박하처럼 맛과 향을 넣은 제품도 첫 사용 단계에서 널리 이용됐다. 가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질병관리청의 ‘제6차 연도(2024년) 청소년건강패널조사’를 보면 처음 사용한 담배가 액상형 전자담배였던 청소년 125명 가운데 107명이 가향제품을 이용했다. 조사 설계를 반영해 계산한 비율은 86.3%였다. 단순 계산값인 85.6%와 차이가 나는 것은 조사대상의 구성과 조사 설계를 반영한 가중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만으로 향이 담배 사용을 시작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액상형으로 시작한 청소년 대부분이 가향제품을 이용했다는 점은 예방교육이 일반담배의 냄새와 연기만 설명해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향제품은 맛과 향을 더한 제품이라는 뜻일 뿐 유해성이 낮거나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발 제품 하나만 봐선 놓쳐 = 고등학교 3학년 가운데 조사 직전 30일 동안 사용한 비율은 일반담배 4.41%, 액상형 전자담배 3.61%, 궐련형 전자담배 1.59%였다. 같은 학생이 여러 제품을 함께 사용할 수 있어 이 수치를 단순히 더해서는 안 된다.

일반담배를 피운 학생 중 일반담배만 사용한 비율은 32.6%였다. 나머지 67.4%는 액상형이나 궐련형 전자담배도 함께 사용했다. 액상형만 사용한 학생은 22.8%였고 77.2%는 다른 담배도 이용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일반담배와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다루기 어려운 이유다. 학생이 적발 당시 갖고 있던 제품만 확인하면 다른 담배의 사용 여부를 놓칠 수 있다. 상담할 때 사용 제품과 빈도, 구입·공유 경로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한 종류를 끊었다는 사실만으로 금연했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다른 종류의 담배를 계속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예방교육도 여러 종류의 담배를 바꿔가며 사용하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매장에 액상형 등 전자담배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학생 상태별 교육·상담 나눠야 = 보건복지부의 ‘2026년 학교흡연예방사업 지침’은 학기 초 모든 학생에게 예방교육을 하고 연령과 흡연 여부, 니코틴 의존도에 따라 교육·상담을 달리하도록 한다.

그러나 지침도 학교가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올해부터 지역금연지원센터와 연계한 전문강사 파견은 종료되고 흡연학생 금연상담 지원만 유지됐다. 학교가 외부 강사를 직접 초청하거나 교육청이 별도 사업을 운영할 수 있지만 지역과 학교의 예산·인력에 따라 교육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은 첫 경험이 집중되는 시기보다 앞서 시작해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일반담배와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의 차이, 맛과 향을 강조하는 판매 방식, 친구의 권유에 대처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학생 개개인의 문제로 여기지 않고 가정·학교·사회적 환경에서 유해환경을 차단해야 한다”며 “학년급 전환기별 차별화된 금연·금주 프로그램과 전자담배 등 신종 위해요인에 대응하는 맞춤형 청소년 건강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응은 학생의 상태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담배를 사용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첫 경험을 막는 교육을 하고, 호기심으로 사용한 학생에게는 제품 종류와 빈도·구입경로를 확인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여러 담배를 쓰는 학생은 니코틴 의존도를 평가해 전문 상담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이미 담배를 사용하기 시작한 학생에게는 처벌이나 징계와 금연지원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사용 사실이 알려질까 걱정해 상담을 피하지 않도록 비밀이 보장되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 밖 기관에 연결했다는 데서 끝내지 않고 실제 상담 참여와 금연 유지 여부까지 확인하는 후속관리도 필요하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물질을 청소년이 먼저 흡입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제품이 퍼진 뒤 주의 안내문을 보내는 방식만으로는 첫 사용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소년 담배정책의 성과는 전체 흡연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몇 살에 처음 사용했는지, 다른 종류의 담배로 옮겨가거나 여러 제품을 함께 사용했는지, 금연지원 뒤 실제로 금연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예방은 첫 경험보다 빨라야 하고 제품이 달라진 만큼 교육과 상담도 달라져야 한다. 시장이 청소년의 호기심을 먼저 공략하고 학교는 제품이 퍼진 뒤 적발과 지도를 맡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마지막 방어선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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