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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인미답] 조선업이 돌아왔다

여기에 해양 스타트업 플랫폼 PIER71이 더해져 삼중 레이어가 완성된다. 거제·울산·영암·군산이 참조할 모델이다. 이 산업은 수도권이 구조적으로 흡수할 수 없어, 일극화를 완화할 가장 강력한 지렛대가 된다. 조선업의...

[전인미답] 조선업이 돌아왔다

라이센스뉴스 = 이상회 칼럼니스트 | 바다를 끼고 들려오는 소식들이 부쩍 많아졌다.

올해에만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미 해군 함정의 정비·수리·창정비(MRO) 사업을 4건 수주했고, 한화오션은 캐나다 차기 잠수함 수주를 노린다.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선급과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 기반 선박 개발에 나섰고, 지난달에는 조선-해운 상생발전 전략협의회가 출범했다.

이 뉴스들은 별개로 소비되지만, 실은 조선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수렴한다. 또한 한국 사회의 청년·지역·일자리 구조와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

변화는 세 축에서 일어난다. 첫째, 안보 자산화다. 해외 수주가 해군 함정으로 확대되고, 구축함·잠수함 수출이 선진국 시장까지 닿았다. 중국과의 경쟁에 직면한 미 해군은 대규모 정비 수요를 한국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둘째, 에너지 융합이다. SMR 선박 개발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관하고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참여하는 K-문샷 프로젝트를 축으로 움직인다. 미국선급·해외 원자력 회사와의 기술 협력은 조선소를 에너지 전환의 실물 플랫폼으로 바꾼다.

셋째, 해운과의 재결합이다. 호르무즈 사태가 대변하듯 배를 만들고 운항하고 지키는 문제가 한 몸이 됐고, 해운사와 조선소의 공동 발주가 정책 차원에서 채택됐다.

문제는 이 질적 변화가 아직 사회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전히 많은 청년에게 조선업은 ‘노동집약·하청·불안정’의 상징이다. 그러나 신규 수요는 함정 전투체계 소프트웨어, 자율운항 AI, 원자력 엔지니어링, 방산 시스템 통합 같은 고부가 엔지니어링 직군에서 폭발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M.AX 얼라이언스가 단적인 예다. 청년이 ‘서울 아니면 안 된다’고 느끼는 큰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편중돼 있기 때문인데, 조선 복합산업은 이 공식을 깰 수 있는 몇 안 되는 후보다.

지역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때 거제·울산 조선소는 산업화의 상징이었고, 영암·군산 조선소는 절정기에 지역을 먹여 살렸다. 그러나 중국 조선업의 부상과 국내 구조조정을 거치며 이 도시들은 쇠락했고 청년은 떠났다. 조선 기술은 세계 최고였지만 도시가 쥔 것은 건조 분야뿐이었고, 설계·금융·운항은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업황이 꺾이자 도시도 무너졌다. 지금의 재부상을 구조 전환으로 붙들어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비어 있던 설계·시스템 통합·엔지니어링·해사 금융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

이것은 이미 싱가포르가 보여준 그림이다. 주롱섬에 조선·선박수리·석유화학이 집적돼 기반을 이루고, 맞닿은 주롱혁신지구에는 제조 R&D센터와 교육 아카데미가 들어서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여기에 해양 스타트업 플랫폼 PIER71이 더해져 삼중 레이어가 완성된다. 거제·울산·영암·군산이 참조할 모델이다. 이 산업은 수도권이 구조적으로 흡수할 수 없어, 일극화를 완화할 가장 강력한 지렛대가 된다.

조선업의 재정의는 산업 정책인 동시에 사회 정책이 되어야 한다. 주요 의제로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해양복합 산업 컨트롤타워다. 함정은 국방부, 조선·원전은 산업통상자원부, 해운·항만은 해양수산부로 쪼개져 수출·금융·인증의 속도가 어긋난다. 이를 묶을 범부처 기구가 필요하다. 둘째, 인재 파이프라인이다. 지역 거점대학·마이스터고를 함정 전투체계·원자력·자율운항 계약학과로 연결해 ‘해양 진로=고부가 전문직’이라는 도식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정주형 해양도시 재설계다. 청년이 머무르려면 공장만으로는 안 된다. 주거·보육·문화가 함께 들어서는 도시 단위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

산업화 세대는 배를 만들었고, 민주화 세대는 그 배로 수출을 늘렸다. 그다음 세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조선업을 지방 사양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시금 청년의 진로 선택지이자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게 하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컨트롤타워와 인재 육성·도시 설계의 실행이다. 그리고 이 실행을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줄 상위 개념, 즉 국가의 해양 전략이다. 이 부분은 여전히 비어 있다. 그 빈자리가 다음 숙제다.

◇ 이상회 칼럼니스트

안보 전략 연구원.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해양대학교(석사)와 일본 히토츠바시대학에서 법학(박사 수료)을 전공했다. 해군 잠수함 장교로 복무 중 3차례 해외 파병을 다녀왔다. 전역 후 일본 사사카와평화재단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해양 전략과 한일 협력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 해군 전문지에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외 싱크탱크에서 안보 전략과 방위 산업 연구에 자문역으로 참여하고 있다.

◆ 외부 필진 칼럼(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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