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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세사기 당한 청년, 공황장애·우울증 덮쳤다 [빚,청년-청춘으로 갚습니다]

국민일보가 취재한 56명의 청년은 가족의 생계를 대신 떠안다가 빚이 생기거나 범죄 피해, 재난·사고, 가족 돌봄, 질병 등의 문제로 ‘비자발적 채무’를 겪고 있었다.

전세사기 당한 청년, 공황장애·우울증 덮쳤다 [빚,청년-청춘으로 갚습니다]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돼있는 조형물. 이한형 기자

국민일보가 취재한 56명의 청년은 가족의 생계를 대신 떠안다가 빚이 생기거나 범죄 피해, 재난·사고, 가족 돌봄, 질병 등의 문제로 ‘비자발적 채무’를 겪고 있었다. 이 중 절반인 23명은 진로나 학업 등 원래 계획했던 삶의 궤적을 이어나가지 못했고 빚상환을 위해 질낮은 일자리로 내몰렸다. 또 평균 500만원 이하로 시작된 빚은 결국 대부업체나 불법사금융 등의 대출로 이어져 상환 부담에 허덕이고 있었다. 국민일보는 4회 시리즈 기사를 통해 비자발적 채무로 벼랑 끝에 선 청년의 이야기를 전한다.

가까스로 스스로의 삶의 기반을 마련한 청년도 전세 사기나 재난 등 예기치 않은 위기에 무너졌다. 사회에 내딘 첫발부터 빚의 수렁으로 빠지고 큰 절망에 빠지는 식이다. 지우현(29

·가명

)씨는 충북 청주에 살다 2024년 서울의 한 회사에 취업했다. 전세금 1억1000만원 가운데 88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보증금을 마련했고 금천구의 작은 빌라 전세를 얻었다. 서울에서 자신의 집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지씨의 문 앞에는 쪽지가 붙기 시작했다. ‘전세 사기로 의심되는 집입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단체 채팅방에 들어오세요

’

라는 내용이었다.

계약 전 주변 사람들의 조언으로 집주인의 근저당 내역도 확인했고 문제가 없어 보이는 집이었다. 계속되는 쪽지에 채팅방에 입장하면서 지씨는 집주인이 이 일대 수십 채의 집을 소유하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전세 사기’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전세 사기 피해를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은행 대출 상환이 유예될 뿐, 상환 의무는 남는다. 느닷없이 8800만원의 빚이 생겼다는 사실에 지씨는 공황장애를 심하게 겪게 됐고 우울증에 자살 충동까지 더해져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전세 사기는 구조적인 문제인데도 청년은 ‘그 집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더 잘 챙겼더라면’이라고 자책하며 주변에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한 채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특히 세상으로 나아가는 단계의 청년이 빚이라는 짐덩이를 만나면 세상으로 나아가는 희망과 자신감이 꺾이게 돼 다음 단계로 전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

고 덧붙였다.

백종우 국민생명안전위원회 부위원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가뜩이나 미래가 불안한 2030세대가 빚을 갖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면 더 불안할 수 밖에 없다”며 “이 시기 좌절을 경험하면 생애주기에 하고 싶은 과업을 미루고 중단하게 되고 이는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국가가 (비자발적 채무처럼) 어떤 종류의 빚에 내몰린 친구들이 위험한지 선제적으로 다가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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