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임대차 시장에 기존 세입자의 전세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중 가격’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의 공급 부족과 실거주 의무 강화 등으로 전세 물량이 급감, 전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자 갱신권을 쓴 계약과 신규 임대 계약의 가격이 크게 벌어지는 것이다.
27일 성동구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성동구 금호동2가 ‘신금호파크자이’ 전용 84㎡는 이달 22일 10억 5000만 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반면 지난 4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체결된 동일 면적 갱신 계약은 8억 2950만 원, 9억 1000만 원, 9억 2000만 원으로 최대 1억 원 넘는 차이를 보였다. 이날 네이버 부동산 기준 동일 면적 전세 매물은 3건뿐이며 호가는 11억~12억 5000만 원 수준까지 올랐다. 신규 계약 가격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에서도 전세가격 급등을 체감하고 있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노원구 일대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됐다”며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이전 매매 시장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세입자들이 집을 구하려고 몰리다 보니 기존 전세 매물도 거의 다 빠졌다”고 전했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히려 신규계약은 그동안 오른 시세를 반영해 갱신계약 대비 가격이 크게 오르는 중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동남권에서는 송파 등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발생하고 있어 매물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소규모 이주 수요만으로도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역에서 임대차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 7259건으로 전년 동기(2만 5700건) 대비 32.84% 감소했다. 자치구별로는 중랑구가 78건으로 전년 동기(403건) 대비 80.65%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성북구(-80.07%), 노원구(-77.53%), 관악구(-75.80%), 구로구(-73.89%), 금천구(-71.19%) 순이다.
전세 수급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이달 셋째 주 기준 115.5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3월 둘째 주(116.8) 이후 약 5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전세가격 상승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올해 누적 상승률은 3.2%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상승률(0.52%)과 비교하면 2.68%포인트 높다. 자치구별로는 성북구(5.22%), 노원구(4.85%) 등 중저가 지역뿐 아니라 서초구(4.12%), 송파구(3.13%) 등 고가 지역도 함께 오르는 모습이다.
향후 공급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차 시장 불안정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 8412가구로 지난해(3만 7103가구)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세난과 이중가격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근본적으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인데다 실거주 강화 기조로 기존 재고 물량까지 임대차 시장에 나오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전세가격 상승 압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남 연구원도 “일시적으로 공급이 늘어나는 구간은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입주 물량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임대차 가격 상승 압력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수도권은 본격적인 입주 물량 가뭄 구간에 진입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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