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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문가 뒤에 숨은 언론의 성과급 보도

당시 경향신문은 메타, 구글, 엔비디아, 애플, TSMC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성과급 체계를 소개하며, 영업이익과 개인 성과, 주식보상(RSU) 등을 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급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글로벌...

전문가 뒤에 숨은 언론의 성과급 보도

[미디어스=탁종열 칼럼]

한국일보

는 11일 <“법인세도 안 뗀 미확정 영업이익 성과 배분은 난센스”>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성과급 요구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기사에는 전문가 3명이 등장해 공통적으로 “미확정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 배분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 기사는 단순한 의견 소개를 넘어, 특정한 결론을 독자에게 사실상 ‘상식’처럼 주입하려는 기사 구성에 가깝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과정에서 기본적인 임금·성과급 협상의 원리조차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임금과 성과급 협상은 원래 미래 전망과 잠정 실적을 기초로 진행된다. 연초에 진행되는 임금협상은 당연히 해당 연도의 경영 성과가 모두 확정되기 전에 이뤄진다. 성과급 역시 예상 영업이익, 사업 전망, 생산 계획, 시장 상황 등을 토대로 노사가 기준을 정하고 협상한다. 그렇지 않다면 현실적으로 어떤 성과연동 보상체계도 운영될 수 없다. 기업 경영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들은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부터 투자 계획을 세우고, 주주 배당을 결정하며, 시장에는 연간 실적 전망과 성장 가이던스를 제시한다. 기업의 보상 체계는 원래 이미 확정된 숫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임원 보상과 주식 보상 역시 실적 전망과 미래 성장 기대를 함께 반영해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독 노동자 성과급 요구에만 “법인세도 안 냈다”, “미확정 이익이다”, “난센스”라는 표현을 동원하는 것은 일관된 경제 논리라기보다 특정한 프레임에 가깝다.

더욱이 한국일보 기사와 불과 며칠 전인 6일

경향신문

보도를 비교하면 이런 모순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경향신문은 메타, 구글, 엔비디아, 애플, TSMC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성과급 체계를 소개하며, 영업이익과 개인 성과, 주식보상(RSU) 등을 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급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글로벌 기업들 역시 기업 성과와 미래 전망을 바탕으로 성과 보상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논리라면 연초 임금협상은 물론 성과연동 성과급 제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현실의 기업 운영 방식과도 충돌하는 주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일보는 이러한 논리적 허점을 검증하기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요구를 비합리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노동 이슈 보도에서 자주 호출되는 인물들이다. 문제는 언론이 이들의 주장을 단순 참고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 경제 원리인 것처럼 배치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그러나

전문가 인용

은 언론의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 전문가의 논쟁적 주장을 검증 없이 권위화하는 순간, 그 주장으로 인해 형성되는 사회적 인식과 여론에 대한 책임 역시 언론이 함께 져야 한다. 이번 기사에서 한국일보는 스스로의 입장을 직접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특정 전문가 집단의 입을 빌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성과급 요구를 “난센스”로 규정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사 스스로의 논리적 정합성조차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다. 언론이 특정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에 몰두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사실 검증과 논리적 일관성이다. 이번 한국일보 기사는 그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언론의 역할은 특정 전문가의 주장을 받아쓰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논리를 검증하고 충돌시키며,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문가라는 이름은 사실과 검증을 대신할 수 없다. 그리고 전문가 뒤에 숨는 순간, 언론은 스스로의 저널리즘 책임 역시 포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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