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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라도 소주 보해의 눈물

한때 전남광주 소주 시장을 장악했던 향토 기업 보해양조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보해양조의 잎새주보다 ‘참이슬’과 ‘새로’ 등 전국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도 소주 보해의 눈물

전라도 소주 보해의 눈물

술 덜 마시는 MZ·전국 브랜드와 경쟁에 잎새주 소비 기반 ‘흔들’

지난해 매출 899억원에 그쳐

전남광주 점유율 20% 아래로

통합시 출범에 맞춰 지원 절실

2026년 09월 10일(목) 22:00

한때 전남광주 소주 시장을 장악했던 향토 기업 보해양조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보해양조의 잎새주보다 ‘참이슬’과 ‘새로’ 등 전국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술을 적게 마시는 문화가 확산하고 전국 주류 업체 간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전남광주 대표 주류 기업 보해양조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 소주 업체를 보호해온 ‘자도주 의무 구입 제도’까지 사라진 데다 지역에서도 참이슬·새로 등 전국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계기로 지역 대표 주류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최근 젊은층에서는 술을 아예 끊거나 마시는 횟수와 양을 줄이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 8000㎘로 1998년 이후 27년 만에 300만㎘를 밑돌았다. NH농협은행이 개인카드 고객 738만명의 1억 2700만건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NH트렌드+’에서도 올해 상반기 일반주점 이용 건수가 2023년 상반기보다 34% 감소했다. 20대의 이용 건수는 같은 기간 52% 급감해 전 연령대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전체 일반주점 이용 건수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34%에서 25%로 9%p 낮아졌다.

문제는 줄어든 술자리에서마저 잎새주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젊은층이 몰리는 전남광주 동구 동명동 일대 주점에서는 잎새주보다 참이슬과 진로, 새로 등 전국 브랜드가 술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부 주점에서는 메뉴판에서 잎새주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전국 주류업체의 판촉 행사는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잎새주를 앞세운 홍보는 눈에 띄지 않았다.

대학생 김성훈(23)씨는 “잎새주는 할아버지가 찾으시는 걸 보기만 했지 마셔본 적은 없다”며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대부분 참이슬이나 새로를 마시고 요즘은 하이볼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한때 광주·전남 소주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잎새주의 현재 지역시장 점유율은 업계에서 20%대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선 주점과 식당에서 체감하는 점유율은 이보다 더 낮다는 게 외식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광주공원 인근에서 조개구이 가게를 운영하는 김낙영(36)씨는 “참이슬과 진로가 가장 많이 나가고 다음이 새로다. 잎새주는 10% 안팎일 것 같다”며 “광주 손님들은 거의 찾지 않고 외지 관광객들이 ‘전라도 소주가 뭐냐’고 물을 때 가끔 주문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경쟁 환경의 변화도 보해의 부담을 키웠다. 과거 주류도매상이 일정 비율 이상을 해당 지역 소주 업체에서 구매하도록 했던 자도주 의무 구입 제도는 지역 업체의 시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지만 1996년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다. 이후 전국 대형 주류업체와 지역 업체가 같은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구조가 생겼다. 보해 측은 소주에만 의존하지 않고 과실주와 막걸리 등을 아우르는 종합주류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이제는 억 단위 매출을 이야기하는 보해와 조 단위로 매출을 이야기하는 대기업이 같은 시장에서 겨루는 구도”라며 “자본력과 유통망에서 수십 배 차이가 나는 상대와 정면으로 맞서 예전 같은 지위를 되찾겠다는 것은 현실적인 목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지역 주류 업체 사이에서도 실적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보해양조 매출은 899억원으로 경남을 기반으로 한 무학 1396억원보다 적었고 대전·충청권 선양소주 525억원보다는 많았다. 다만 선양소주는 전년(480억원)보다 9.3% 성장한 반면 보해는 876억원에서 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역에서는 전남광주시 출범을 계기로 지역 대표 주류 산업을 육성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처럼 지역 제품 소비를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과 판로 확대, 지역 축제·관광과 연계한 브랜드 육성 등 지역 업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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