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군에는 오랜 세월 천천히 익어온 맛이 있다. 장독대 안에서 시간을 견디며 깊어지는 고추장처럼, 순창의 발효문화 역시 세대를 건너 오늘까지 이어져 왔다. 그리고 그 시간을 가장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순창발효테마파크다.
강천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이곳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다. 발효라는 다소 어렵고 낯선 주제를 놀이와 과학, 체험과 휴식으로 풀어낸 거대한 문화 놀이터에 가깝다. 전통 장류의 본고장이라는 순창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미생물과 효모, 음식과 과학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아이부터 어른까지 자연스럽게 발효의 세계에 빠져든다.
고추장민속마을과 연계된 다양한 전시·체험시설, 야외광장과 카페, 가족 단위 놀이시설까지 두루 갖춘 순창발효테마파크는 이제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순창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배우는 공간’보다는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음식 속 숨은 과학을 깨우는 공간, 홍메관
발효를 가장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는 공간은 단연 홍메관이다. ‘푸드사이언스관’이라는 이름처럼 음식 속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를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시의 시작은 세계 음식문화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공간 ‘인투더월드푸드’. 형형색색 과자 패키지로 가득한 벽면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가장 먼저 붙잡는 인기 포토존이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대형 음식 모형과 소화 과정 체험 콘텐츠, MR 기술을 활용한 요리 체험 등이 이어지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자극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테라포밍관’이다. 관람객이 직접 만든 미생물 캐릭터로 황량한 화성을 초록빛 행성으로 변화시키는 체험형 콘텐츠가 펼쳐진다. 단순한 놀이 같지만, 미생물이 환경과 생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상상력 있게 풀어낸 공간이다. 과학 교육과 디지털 체험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대목이다.
미생물과 뛰어노는 특별한 하루, 팡이관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를 몸으로 체험하고 싶다면 팡이관이 제격이다. 이곳은 ‘배운다’기보다 ‘논다’에 가까운 방식으로 과학을 풀어낸다.
1층 미생물서커스 체험존에서는 트램폴린과 볼풀장, 신체 놀이시설을 통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미생물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활동적인 놀이와 전시가 결합돼 있어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특히 높다.
2층 기획전시관에서는 일상 속 미생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콘텐츠가 이어진다. 실험복을 입고 ‘미생물 연구원’이 되어보는 체험부터 바이러스를 잡는 게임, 미생물 달리기 같은 인터랙티브 콘텐츠까지 마련돼 있어 과학관과 키즈카페의 장점을 동시에 담아냈다.
발효의 숨은 주인공을 만나는 곳, 효모관
우리가 먹는 수많은 음식 뒤에는 아주 작은 존재가 숨어 있다. 빵을 부풀리고 술을 익히며 장맛을 완성하는 존재, 바로 효모다. 효모관은 이 작은 생명체가 인류 식문화를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쉽고 흥미롭게 보여준다.
고추장과 된장, 청국장 같은 전통 장류부터 빵·맥주·와인에 이르기까지 발효식품의 원리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어린이들에게는 생명과학의 입문 공간으로, 어른들에게는 발효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확장하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발효가 단순한 조리 방식이 아니라 인간과 미생물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온 과학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만드는 곳이다.
초록빛 쉼표를 만나는 순간, 다년생식물원
테마파크 곳곳을 둘러보다 보면 잠시 숨을 고르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발길이 머무는 곳이 다년생식물원이다.
유리온실 안에는 판다누스와 대만고무나무, 부겐베리아 등 다양한 아열대 식물이 싱그러운 풍경을 만든다. 형형색색 드라이플라워까지 더해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치 남국의 작은 정원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고, 조용히 앉아 여유를 즐기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발효와 과학으로 가득했던 하루 속에서 잠시 호흡을 고르게 해주는 ‘쉼의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온몸으로 즐기는 실내 액션, 챔피언스포츠파크
아이들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공간도 빠지지 않는다. 콩이관 1층에 마련된 챔피언스포츠파크는 날씨와 상관없이 뛰어놀 수 있는 대형 실내 스포츠 체험시설이다.
디지털 스포츠게임과 클라이밍, 퀵점프, 사격 체험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한 공간에 마련돼 있어 체험형 놀이공간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수직 구조물을 오르고 뛰어내리는 퀵점프와 클라이밍은 아이들에게 도전과 성취의 즐거움을 선사하며,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도 짜릿한 체험으로 기억된다. 주말마다 예약 경쟁이 이어질 만큼 테마파크 내에서도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공간이다.
서늘한 토굴 속에서 만나는 세계의 맛, 발효소스토굴
순창발효테마파크의 마지막 여정은 거대한 발효소스토굴에서 완성된다. 길이 134m 규모의 이 공간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발효 저장 토굴로,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사계절 내내 약 18도를 유지해 여름철에는 이색 피서지로도 사랑받는다.
토굴 내부에는 세계 32개국의 다양한 소스가 전시돼 있다. 순창 장류의 역사부터 세계의 매운 소스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콘텐츠가 이어지며, 미디어아트와 VR 체험, 트릭아트 포토존 등이 더해져 단순한 전시를 넘어 하나의 체험형 여행 공간으로 완성된다.
발효가 특정 지역의 음식문화가 아니라 세계를 연결하는 공통 언어임을 실감하게 만드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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