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가족과 정을 나누는 한가위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둘러앉아 송편을 빚고,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윷가락을 던지며 웃음을 나눈다. 밤이면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도 빌어본다.
▲ 송편 빚고 절기주 나누고…한가위의 맛
한가위의 맛은 역시 송편에서 시작한다. 추석 무렵 거둔 햅쌀을 가루 내 반죽하고 콩과 깨, 밤 등을 소로 넣어 빚은 송편은 대표적인 추석 절식이다. 햇곡식으로 빚은 송편을 조상에게 올리고 가족과 이웃이 나눠 먹으며 한 해 수확에 감사했다.
송편은 솔잎을 깔고 쪄 은은한 향을 더한 데서 이름이 붙었다. 예부터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예쁜 아이를 낳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솜씨를 겨루는 것도 한가위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24일 ‘한가위 민속놀이마당: 송편 만들기’를 진행한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반죽을 만지고, 제각각 모양을 내 송편을 빚다 보면 자연스레 웃음꽃도 핀다.
곡물 튀밥을 조청에 버무린 달콤한 전통과자 오란다 만들기도 27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진행된다. 직접 만들고 맛보며 가족과 한가위의 정을 나눌 수 있다.
차례에 올릴 술도 내 손으로 빚어보자. 전주전통술박물관에서는 24일 햅쌀로 추석 절기주 ‘신도주’를 직접 빚어볼 수 있다. 한옥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주 레시피를 찾아보는 ‘비밀의 술을 찾아라’도 함께 마련된다.
▲ 한복 곱게 차려입고…신명 나는 한가위 놀이판
설날 새 옷을 ‘설빔’이라 부르듯 추석을 맞아 새로 마련해 입던 옷을 ‘추석빔’이라 했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차례를 지낸 뒤 친척과 이웃을 찾아 인사를 나누는 것도 한가위 풍경이었다. 지금은 추석빔을 새로 장만하는 모습이 흔하지 않지만 한복을 차려입고 명절을 즐기며 옛 정취를 내볼 수 있다.
전주한복문화창작소에서는 26일 ‘가족 한복 잔치’가 열린다. 온 가족이 함께 한복을 차려입고 퀴즈와 가족 대항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다. 모처럼 온 가족이 한복을 차려입고 사진 한 장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농사를 중심으로 살아가던 시절 한가위는 수확의 기쁨을 온 마을이 함께 나누는 날이었다. 씨름과 강강술래 등 여러 사람이 어울리는 놀이가 펼쳐졌고 풍물과 춤, 노래가 명절의 흥을 더했다. 특히 강강술래는 보름달 아래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둥근 원을 그리며 노래하고 춤추던 한가위의 대표적인 놀이다.
올 추석에도 가족끼리 편을 갈라 윷 한판을 벌이고 전통놀이에 도전해볼 수 있다.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명절 당일을 제외한 연휴 동안 한가위 민속놀이마당이 펼쳐져 비석치기, 장치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또 우리놀이터 마루달에서는 26~27일 한옥마을 곳곳을 돌며 전통놀이를 즐기는 ‘우리놀이 스탬프투어’가 진행된다. 아이들에게는 낯선 옛 놀이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 명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이 될 만하다.
전주어진박물관의 ‘추석맞이 한마당’을 비롯해 전주역사박물관의 만들기 체험과 가족 놀이 등 한옥마을과 인근 문화공간에서도 가족이 함께 즐길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한옥마을 거리에도 흥겨운 장단이 울려 퍼진다. 26~27일에는 남천교에서 경기전까지 이어지는 전통연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풍물과 전통연희를 따라 한옥마을을 거닐다 보면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 소원등 들고 보름달 아래 소원 하나
둥근 보름달을 맞이할 준비도 해보자. 한지산업지원센터에서는 추석 당일을 제외한 24일부터 27일까지 ‘보름달 소원등’과 청사초롱 무드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추석 다음 날인 26일에는 낮의 흥을 밤까지 이어가도 좋다. 해가 지면 전주천과 한옥마을은 또 다른 풍경을 펼쳐낸다.
‘윤슬마켓’에서는 지역 작가의 공예품과 제철 먹거리, 디자인 소품을 둘러보고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오목교에서는 전주천의 밤 풍경을 바라보며 맥주와 와인, 칵테일을 즐기는 ‘달빛한잔’이 열린다. 덕진공원과 연화정도서관의 야경을 둘러보는 ‘나이트투어’도 이날 운영된다.
한가위의 밤에는 역시 달을 빼놓을 수 없다. 추석은 음력 8월 보름이다. 예부터 사람들은 보름달이 떠오르면 높은 곳이나 탁 트인 곳을 찾아 달맞이를 하며 풍년을 기원하고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빌었다.
어둠이 깔리면 낮에 만든 소원등을 들고 태조 이성계가 승전자축 연회를 베풀었던 오목대에 올라보는 것도 좋겠다. 오목대 위로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저마다 이루고 싶은 소원을, 어른들은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도 함께 기원해본다.
세월이 흐르며 한가위를 보내는 방법은 달라졌지만 좋은 것을 나누고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송편을 빚고 윷가락을 던지고, 보름달에 소원을 빌며 가족과 추억 하나를 더하는 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올 한가위도 그렇게 넉넉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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