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의 통합, 만남의 교육
박영호 광주보건대학교 교양교육센터장
2026년 07월 26일(일) 22:00
오늘날 우리 교육은 사람을 저마다 고유한 존재로 만나기보다, 쓸모 있는 무언가로 만들어 내는 일에 마음을 쏟곤 한다. 자격증과 취업이라는 좁은 문 앞에서 학생은 자신만의 멋이 지워진 채 어디에 내놓아도 엇비슷한 ‘기성품’처럼 다듬어지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교육은 자꾸만 뒷전으로 밀려난다. 물론 좋은 기술을 익혀 떳떳하게 밥벌이를 해 나가는 일은 더없이 귀하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자이기 전에 한 사람이고, 직업인이기 전에 저마다의 삶을 사는 존재라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아야 한다. 교육이 사람을 무언가로 ‘만드는’ 일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나는’ 일로 조금씩 옮겨 갈 때, 배우는 이도 가르치는 이도 함께 자라나기 때문이다.
교육이 하는 일은 세상을 놀라게 할 대단한 위인 몇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른 새벽 일터로 나서고, 아이를 돌보고,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평범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야말로 교육의 진짜 몫이다. 화려한 이름을 남기지 않아도 제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서로 기대고 손을 맞잡으며 만들어 가는 따뜻한 공동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바로 서고, 그 곁의 이웃을 이겨야 할 경쟁 상대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갈 벗으로 여길 때 우리가 사는 곳은 비로소 사람 사는 정이 흐르는 곳이 된다.
광주와 전남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살아온 곳이다. 모내기 철이면 품을 나누고, 궂은일이 생기면 온 동네가 제 일처럼 팔을 걷었으며, 밥 한 끼도 이웃과 나누어 먹던 그 정이야말로 이 땅이 오래 지켜 온 살림살이의 지혜이다. 교육이 길러 내야 할 사람도 결국 그런 사람이다. 혼자 앞서가는 법만 익힌 사람이 아니라, 곁에 힘겨운 이가 있으면 걸음을 늦추어 함께 갈 줄 아는 사람이다. 남보다 높이 오르는 재주보다 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마음을 먼저 아는 사람이다.
그런 시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야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서로를 붙들어 주며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마을들이 이어질 때 비로소 든든한 하나의 도시가 된다.
이제 광주와 전남이 하나로 어우러져 새로운 도시로 나아가려 한다. 넓은 들과 푸른 바다를 품은 고장과 정 많은 도시가 어깨동무를 하는 출발점에서, 우리 도시는 아이를 다듬어 양산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 곁에 오래 머무는 교육을 품어야 한다. 사람을 쓸모로만 재단하는 교육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사람과 세상을 잇는 교육이어야 한다.
경쟁의 등수를 조금 앞당기는 일에 마음을 다 쏟기보다, 아이가 슬퍼할 때 함께 슬퍼하고 두려워할 때 곁을 지켜 주는 어른이 많은 도시여야 한다. 기술을 가르치되 그 기술을 지닌 ‘사람’을 먼저 귀히 여기는 공동체가 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틀림없이 제 삶의 주인으로, 또 이웃과 더불어 사는 시민으로 자라날 것이다.
두 고장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지도 위의 경계선을 지우고 도로의 표지판을 바꾸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살림과 형편을 지닌 사람들이 한 이웃으로 새롭게 만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 도시가 가장 먼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은 서로 선을 긋고 밀어 내려는 차가움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정답게 만나 함께 살아가도록 곁을 내어 주는 따뜻함이다. 대단한 누군가를 만들어 내는 도시가 아니라, 평범한 우리 모두가 서로의 삶을 귀히 여기며 함께 살아가는 도시여야 한다. 그 다정한 길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함께 걸어가야 한다.
/박영호 광주보건대학교 교양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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